[신간] '나로 살 결심'
판사에서 드라마작가로 전업한 문유석이 온전한 개인으로 서기까지의 고민과 실천을 묶었다.
'나로 살 결심'에는 사법농단 체제와의 결별, 자유의 비용, 창작노동의 고통이 고스란히 담겼다.
1부는 작별로 시작한다. 저자는 법원의 결정적 순간을 목격한 뒤 '첫번째 삶'과 이별한다.
그는 결심의 배경을 복기한다. 양승태 대법원 시절 내부 문건에서 자신이 '어용연구회장'으로 이용됐다는 사실을 확인한 장면, 법관 독립의 이상과 현실의 균열, '첫사랑' 같던 법원을 떠나는 마음이 담긴다.
저자는 스스로의 착각도 고백한다. 법원과 시민사회를 잇는 다리라 믿었으나, 실은 권력 앞 '궁중의 광대'였음을 인정한다.
2부는 생존의 기술을 다룬다. 프리랜서로서의 재무·시간관리, 노화와 수면, OTT 중독과 주식 시장의 '이카로스' 같은 추락, 슬럼프의 터널을 통과하는 요령이 적나라하다.
문유석은 '자유는 공짜가 아니다'라는 경구 아래, 그는 일·삶의 균형을 '둘 다 치열하게' 살아낼 때 비로소 온다고 적었다.
3부는 창작의 자리다. 왜 전업작가가 되었는가. 답은 법정에서 만난 '진짜 이야기'에 있다.
판사는 사회 구석의 고통과 윤리를 매일 마주하는 직업이다. 그 밀도의 경험이 서사를 부른다. 저자는 '팔리는 스토리'의 압박을 숨기지 않으면서도, '적당히 이기적이고 적당히 속물인' 현실 인물들이 느슨하게 연대하는 이야기, 평범한 선의가 세상을 조금 움직이는 이야기를 자신의 좌표로 다시 세운다.
저자 문유석은 '나로 살 결심'에서 솔직함과 균형감을 놓치지 않았다. 그는 자기기만을 벗기는 정직함을 통해 '공명심'이라는 타인의 평가를 버리고 자기 욕망의 진짜 결을 더듬었다.
△ 나로 살 결심/ 문유석 지음/ 문학동네/ 1만 7500원
art@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