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랄로피테쿠스 아파렌시스 '루시' (출처: Rohitjahnavi, 2018, CC0, via Wikimedia Commons
1974년 11월 24일, 에티오피아 아파르 지역의 하다르 계곡에서 미국의 인류학자 도널드 조핸슨이 이끄는 탐사팀이 약 318만 년 전의 고인류 화석을 찾아냈다.
이 화석은 현생 인류의 먼 조상인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아파렌시스(Australopithecus afarensis)' 종의 여성 개체였다. 발굴 당시 팀원들이 듣던 비틀스의 명곡 '루시 인 더 스카이 위드 다이아몬드'에서 영감을 받아 '루시'(Lucy)라는 애칭이 붙었다.
이 화석은 인류 전체 골격의 무려 40%에 달하는 방대한 양의 뼛조각이 온전하게 발견된 전례 없는 사례였다. 루시는 약 107cm의 작은 키에 침팬지와 비슷한 작은 뇌 용량을 가졌다. 하지만 그녀의 골반과 허벅지 뼈 구조는 인류가 이미 약 300만 년 전에 확실한 직립 보행 능력을 갖추었음을 명백히 보여주었다.
이 놀라운 사실은 당시 학계를 뒤흔들었다. 이전까지 많은 인류학자는 인류가 두뇌 크기를 먼저 키워 지능을 발달시킨 다음, 그 결과로 직립 보행을 시작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그러나 루시는 직립 보행이 두뇌의 획기적인 발달보다 수백만 년 앞서 이루어졌음을 결정적으로 입증했다. 이는 인류의 직계 계통과 진화 과정에 대한 기존의 통념을 완전히 뒤집는 혁명적인 발견이었다.
루시는 고인류 연구의 초점을 아프리카로 완전히 이동시키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또한 인류의 기원에 대한 논의를 한층 심화시키는 계기를 마련했다. 그는 현대 인류가 어떻게 수백만 년에 걸쳐 아프리카의 숲과 사바나에서 벗어나 직립하고 지능을 발전시켰는지에 대한 퍼즐에서 가장 핵심적인 조각으로 평가받는다.
발견된 지 50년이 가까워진 오늘날까지도 루시의 화석은 에티오피아 국립박물관에 소중히 보관되어 끊임없는 관심과 연구 대상이 되고 있다. 루시는 인류의 뿌리를 찾는 여정에서 가장 중요한 과학적 아이콘으로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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