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크리에이티브×성수를 만든 문화의 힘'
윤광식 전 성동문화재단 이사장은 문화가 도시의 정체성과 삶의 질을 바꾸는 핵심 동력이라고 말한다. 그가 서울 성동구에서 '크리에이티브×성수'를 기획·운영한 실전 경험과 세계 도시 사례를 묶어, 문화행정이 현장에서 어떻게 작동해야 하는지 구체적 모델을 제시했다.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었던 높은 문화의 힘." 책은 김구의 백범일지에 나오는 문장으로 시작한다. 저자는 그 힘이 개인의 삶을 넘어 도시와 국가 경쟁력을 어떻게 끌어올리는지를 차분하게 묻는다.
저자는 국회·문체부·지역재단을 거친 25년의 현장 경험을 토대로, 문화가 경제·산업·외교·공동체 회복을 관통하는 '국가 전략'임을 데이터와 사례로 증명한다.
넷플릭스의 한국 콘텐츠 투자, BTS·블랙핑크로 상징되는 한류 3.0, '강남스타일'의 도시 브랜딩 효과 같은 장면을 한 축에 세우고, 빌바오 구겐하임·아비뇽 연극제 같은 세계 도시의 문화전략을 다른 축으로 맞댄다.
저자는 '먹사니즘'을 넘어 삶의 질을 높이는 '잘사니즘'으로 전환하는 축이 문화라고 단언한다.
1부는 '문화의 힘'이라는 추상어를 도시 정책의 언어로 번역한다. 도시를 사람·꿈·정체성·감정이 응축된 생명체로 보고, 문화가 쇠퇴를 반전하는 핵심 전략임을 빌바오·아비뇽·오스틴 등의 사례로 풀어낸다.
2부의 무게중심은 성동의 '크리에이티브×성수'다. 중앙정부 하향식 모델의 한계를 넘어 주민·예술가·기업·공공이 함께 설계하는 상향식 거버넌스를 낱낱이 공개한다.
이 축제는 단발 이벤트가 아니라 도시 플랫폼으로 설계됐다. 핵심은 3개의 융합사업(문화기술페어·체인지 메이커 컨퍼런스·플레이 성수)과 10개의 분야별 사업(아트·크래프트·뮤직·패션·웹툰·필름·로컬&뷰티&테이스티·문화편의점 등)이 음계처럼 맞물리는 구조다.
3부는 세계 도시들이 문화를 성장 엔진으로 삼는 방식을 압축해 보여준다. 졸페라인 광산의 문화재생, 글래스고의 도시 전환, 유럽 문화수도(릴·볼로냐)의 거버넌스와 시민 참여, 유네스코 창의도시 네트워크(오스틴·세비야·가나자와)의 전략이 차례로 이어진다.
4부는 문화행정가의 작업대 위를 공개한다. 목표는 "누구나 문화를 만들고 누리는 데 장벽이 없는 도시". 저자는 '지원하되 간섭하지 않는다'는 원칙에 따라, 재단 업무매뉴얼로 행정의 전문성·효율성을 올리고, 주한 해외문화원과의 네트워킹으로 로컬과 세계를 잇는 과정을 담았다.
문화의 힘이 작동하려면 세 가지가 이뤄져야 한다. 첫째, 전략. 문화·콘텐츠·기술을 한 테이블에 놓고 도시 브랜드와 일자리, 공동체 회복을 동시 달성하려는 '복합 목표' 설계다. 둘째, 거버넌스. 민·관·산·학이 동등한 파트너로 참여하는 상향식 구조가 성패를 가른다.
마지막으로, 실행. 축제를 '박람회형 도시 플랫폼'으로 만들고, '문화편의점' 같은 통합 인프라로 이용자 경험을 재편해야 한다. 이렇게 상호작용할 때, 문화는 예산의 배분 항목이 아니라 도시를 움직이는 '작동 원리'가 된다.
△ 크리에이티브×성수를 만든 '문화의 힘'/ 윤광식 지음/ 2만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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