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희민, 2025 Courtesy Thaddaeus Ropac gallery, London • Paris • Salzburg • Milan • Seoul 사진: 전병철 (타데우스 로팍 제공)
타데우스 로팍 서울은 정희민의 개인전 '번민의 정원'을 개최한다. 2024년 런던 개인전에 이은 두 번째 갤러리 전시로, 신작 회화와 청동 조각을 내년 2월 7일까지 선보인다.
정희민은 기술을 통해 세상을 인식하는 요즘, 가상 세계와 실제 물질 세계가 섞이는 경험을 탐구한다. 인터넷 속 이미지를 손으로 만지듯, 그림과 조각 언어로 새롭게 만들어낸다.
작가의 그림은 바다, 조개처럼 자연 이미지를 온라인에서 모으는 것에서 시작한다. 이 이미지는 3D 프로그램으로 다듬어진 후, 캔버스나 투명한 젤리 재료(겔 미디움) 위에 올려진다. 작가는 겔 미디움의 끈적한 성질을 이용해 화면에 주름과 층을 만들어 독특한 입체감을 준다. 그림 표면은 단순히 눈속임이 아닌, 진짜 부피를 가진 물질적 공간으로 바뀐다.
작가는 이 작업들을 '풍경화'라고 부른다. 물질과 디지털 데이터가 쌓인 표면은 자연적이면서도 인공적인 느낌을 주며, 땅의 단면을 연상시킨다. 작가는 컴퓨터 속 평평한 이미지들에게 다시 살아있는 물질감을 불어넣으려 한다.
두 입이 속삭여 4, 2025, 캔버스에 아크릴릭, 겔 미디움 그리고 UV 프린트, 73 x 61 cm cm / Courtesy Thaddaeus Ropac gallery, London • Paris • Salzburg • Milan • Seoul © 정희민 사진: 전병철(타데우스 로팍 제공)
전시 제목 '번민의 정원'은 스마트폰 화면을 통해 느끼는 현대인의 불안함과 마음의 동요를 상징한다. 작가는 '가상공간'을 이미지가 복제되고 변하는 인공적인 생태계, 즉 정원으로 본다. "우리가 '자연'이라고 부르는 것도 결국 인공 세계 안의 자연"이라는 작가의 말처럼, 뒤엉킨 나뭇가지 모양의 청동 조각 '접히고 당겨져 1, 2'(2025) 역시 디지털 과정을 거쳐 질서와 혼돈의 움직임을 보여준다.
정희민은 디지털로 만든 이미지를 재료로 삼는다. 그는 이 디지털 조각들을 다시 그림과 조각의 표면으로 가져와 숨어있던 촉감과 밀도의 감각을 되살린다. 이는 비물질적인 형태를 손으로 다시 빚어내는 '조각하는 행동'에 가깝다.
더 나아가 정희민의 작업은 인간이 압도적인 힘 앞에서 느끼는 19세기 낭만주의의 '숭고' 개념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다. 무한하고 통제 불가능한 가상 세계를 마주하는 경험을 몸의 감각으로 풀어냄으로써, 디지털 시대의 숭고함을 새롭게 정의한다. 자연과 인공, 질서와 혼돈이 함께 존재하는 동시대의 모습을 보여주는 전시다.
정희민은 2015년에 홍익대학교 회화과 학사와 한국예술종합학교 조형예술과 전문사를 졸업했다. 2022년 부산비엔날레에서 작품을 선보인 정희민은 같은 해 제13회 두산연강예술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그의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은행, 서울시립미술관, 금호 미술관 등 유수의 기관에 소장돼 있다.
acenes@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