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사 엄마와 프리랜서 딸의 티키타카 일상으로 본 우리 동네 풍경"

생활/문화

뉴스1,

2025년 11월 24일, 오전 08:44

잔소리 약국 (도마뱀출판사 제공)

이 책은 영화 저널리스트로 활동해 온 김혜선 작가가 신작 장편소설이다. 오래된 동네 약국을 배경으로 한국 사회의 일상 감정과 돌봄의 형태 변화를 세밀하게 포착한 작품이다. 약사 엄마와 이를 지켜보는 딸의 시선을 통해, 약해진 지역 공동체의 풍경을 생생하게 드러낸다.

소설 속 약국은 단순한 의약품 판매처를 넘어선다. 설교지를 들고 오는 목사, 급전을 빌리려는 남자, 심지어 사기꾼까지 다양한 사연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이는 약국이 몸의 통증을 넘어 관계의 결핍과 정서적 고립까지 포함하는, 사회적 기능을 수행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크리스마스 이브에 약국을 찾은 노숙인 할머니의 장면은 도시의 가장 취약한 고리를 날카롭게 비춘다. 사람들은 이 작은 공간에 기대어 삶의 무게를 잠시 내려놓으려 한다.

김성신 출판평론가는 이 작품이 "한국 문학의 돌봄 서사 흐름을 확장하는 중요한 작품"이라 평가하며, 사적 언어였던 ‘잔소리’를 사회적 관계 회복의 매개로 다시 읽어냈다고 강조한다.

작가는 "'일하는 여성들'’이 서로를 돌보는 진정한 방법은 어느 한쪽의 희생이 아니라, 각자가 활발하게 활동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드는 것"이라며 "그 조건을 가능하게 하는 사회적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라는 문제의식을 소설 속에 녹여냈다.

빠르게 개인화된 사회에서 돌봄이 가족, 지역, 제도 어디에서도 온전히 감당되지 못하는 현실을 만나게 된다. 이 책은 바로 이 사회적 빈틈을 비춘다.

작은 잔소리와 일상의 언어가 어떻게 공동체의 마지막 접점으로 기능하는지를 조용하지만 강하게 일깨운다. 한국 골목의 삶과 변화하는 돌봄의 현실을 이해하고 싶은 독자에게 지금 필요한 질문을 던지는 소설이다.

△ 잔소리 약국/ 김혜선 글/ 도마뱀출판사/ 1만 6800원

acene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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