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모스 한국위원회 "종묘 앞 고층건물, '공동 영향평가' 받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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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2025년 11월 24일, 오전 09:24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국내 세계유산 전문가들로 구성된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이코모스) 한국위원회가 종묘 앞 고층건물 재개발 논란과 관련해 서울시의 세계유산영향평가 이행을 촉구했다.

서울 종로구 종묘 건너편 세운4구역. (사진=이영훈 기자)
이코모스 한국위원회는 24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발표한 입장문을 통해 “‘공동 영향평가’와 ‘국제 자문 절차의 공식 가동’을 가장 효과적인 해법으로 제안한다”고 밝혔다.

위원회는 “전 세계 도시형 세계유산 사례를 보면 갈등이 있을 때 가장 효과적인 해법은 당사국(국가유산청)이 세계유산센터에 정식으로 상황을 통보하고, 서울시와 국가유산청, 그리고 독립 전문가가 함께 참여하는 공동 세계유산영향평가(HIA)를 수행해 그 결과를 바탕으로 서로 합의 가능한 대안적 시나리오를 찾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위원회는 “이 과정은 어느 한쪽의 일방적 희생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과학적 근거–국제 기준–도시 발전–지역 공동체의 요구를 균형 있게 도출하기 위한 절차다”라고 강조했다.

이코모스는 유네스코의 자문기구로 세계유산 등재 심의와 보존 관리 및 평가 등의 업무를 맡고 있다. 현재 130여 개국에서 전문가 약 1만 명이 활동하고 있다. 이코모스 한국위원회는 1999년 창립했다. 최재헌 건국대 지리학과·대학원 세계유산학과 교수가 위원장을 맡고 있으며 세계유산을 비롯해 문화유산, 건축, 도시공학 등 다양한 분야 전문가들이 속해 있다.

위원회는 종묘 앞 고층건물 재개발 논란에 대해 “현재 종묘 상황은 ‘위험에 처한 세계유산’ 조건에 해당한다고 판단되지는 않는다”면서도 “초고층 개발 계획, 경관 축의 잠재적 훼손, 관계 기관 간 조정 미흡으로 인해 세계유산센터와 여러 전문가들이 우려를 표하는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지금이야말로 투명하고 선제적인 절차적 대응이 필요한 단계”라며 세계유산영향평가 이행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또한 “세계유산 제도에서 가장 중요한 원칙은 명확하다. 바로 되돌리기 어려운 결정을 내리기 전에, 당사국과 지방정부가 세계유산센터와 자문기구에 충분히 이른 단계에서 정보를 공유하고 자문을 구하는 것”이라며 “이 원칙은 세계유산 운영지침 172항에 분명히 규정돼 있으며, 이는 종묘뿐 아니라 전 세계 모든 도시형 세계유산에 공통 적용되는 기준”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위원회는 “영향평가의 목적은 개발을 무조건 금지하는 것이 아니라, 높이·배치·스카이라인·조망선 등 여러 시나리오를 비교 분석하여 보존과 개발이 양립 가능한 대안을 찾는 것”이라며 “세계유산영향평가는 어느 한 기관의 입장을 정당화하기 위한 방편이 아니라, 객관적이고 투명한 의사결정을 위한 전문가 기반 절차”라고 부연했다.

끝으로 위원회는 “종묘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세계유산이며, 도시 한복판에서 고층 개발과 세계유산 보호가 만나 충돌하는 전형적인 21세기 도시형 갈등 사례”라며 “우리가 국제사회에 보여줄 수 있는 최선의 메시지는 단 하나다. ‘대한민국은 세계유산의 가치를 존중하며, 국제 절차를 정직하게 따르고, 보존과 개발의 균형을 찾기 위해 전문가·지자체·중앙정부가 함께 노력한다’는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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