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상 무대로 떠난 이순재…“잊지 않겠다” 눈물의 배웅(종합)

생활/문화

이데일리,

2025년 11월 27일, 오전 07:56

[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현역 최고령 배우 이순재가 유족과 후배들의 배웅을 받으며 영면에 들었다. 27일 오전 5시30분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서 열린 영결식에는 고인의 마지막 길을 배웅하는 이들이 함께했다.

고인과 함께 MBC ‘지붕 뚫고 하이킥’에 출연했던 정보석이 사회를 보고, 후배 배우 하지원, 김영철이 각각 추도사를 낭독했다.

고(故) 이순재 배우의 열결식이 27일 오전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서 엄수되고 있는 가운데 후배들이 눈물을 훔치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김태형 기자).
추모사에서 하지원은 “존경하고 사랑하는 선생님”이라며 “오늘 이 자리에서 선생님을 보내드려야 한다는 사실이 여전히 믿기지 않는다. 선생님의 단단한 목소리가 지금도 어디선가 다시 들려올 것만 같다”면서 눈물을 보였다.

또한 고인과 함께한 작품과 그 후 이어온 인연을 떠올리며 “선생님은 한국을 대표하는 배우일 뿐만 아니라 연기 앞에서 겸손함을 잃지 않고, 스스로 질문하기를 멈추지 않던 진정한 예술가였다”고 고인을 기억했다.

그러면서 “작품 앞에서는 정직하게, 사람 앞에서는 따뜻하게, 연기 앞에서는 끝까지 겸손함을 잃지 않는, 선생님께 부끄럽지 않은 배우가 되겠다. 깊이 기억하겠다. 사랑한다. 선생님의 영원한 팬클럽 회장”이라고 추도사를 마쳤다.

고(故) 이순재 배우의 열결식이 27일 오전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서 엄수되고 있는 가운데 후배들이 고인의 마지막 길을 배웅하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김태형 기자).
김영철은 고인의 죽음에 “거짓말이었으면, 드라마 한 장면이라면 얼마나 좋겠는가”라며 “‘오케이 컷’ 소리에 툭툭 털고 일어나셔서 ‘다들 수고했다, 오늘 정말 좋았어’라고 해주시면 어땠을까”라며 비통한 마음을 드러냈다. 이어 “선생님 곁에 있으면 방향을 잃지 않았다. 눈빛 하나가 후배들에게는 잘하고 있다는 응원이었다”며 “정말 많이 그리울 것이다. 선생님 영원히 잊지 않겠다. 잊지 못할 거다”라고 눈시울을 붉혔다.

영결식 사회를 맡은 정보석은 “방송 문화계 연기 역사를 개척해온 국민배우”라며 “배우라면 선생님의 우산 아래에서 덕을 입지 않은 사람이 아무도 없을 것”이라고 기렸다.

[이데일리 김태형 기자] 고(故) 이순재 배우의 열결식이 27일 오전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서 엄수되고 있다. 이순재는 1934년 함경북도 회령에서 태어나 서울고와 서울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했으며 1956년 데뷔했다. ‘사랑이 뭐길래’, ‘허준’, 거침없이 하이킥‘, ’꽃보다 할배‘ 등 140여 편의 작품에서 연기를 펼쳤으며 90세인 지난 2024년 KBS 연기대상에서 대상을 받았다. 정부는 한국 문화예술 발전에 남긴 공적을 인정해 금관문화훈장 추서했다.
고인의 마지막 길에는 유족과 유인촌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비롯해 정동환, 박상원, 김나운, 이원종, 유동근, 최수종, 유태웅, 원기준, 정태우, 정일우, 정준호, 정준하, 방송인 장성규 등 생전 고인이 애정을 갖고 가르쳤던 학생들이 함께했다. 운구 행렬은 영결식 후 별도 추모 공간이 마련된 KBS를 방문하지 않고 장지인 이천 에덴낙원으로 향했다.

1934년생인 이순재는 지난 25일 세상을 떠났다. 향년 91세. 최근까지 활동을 이어오던 그는 지난해 말 건강 악화로 인해 활동을 중단하고 안정을 취해왔다. 1956년 연극 ‘지평선 너머’로 데뷔했으며 안방극장, 스크린, 연극 무대를 넘나들며 종횡무진 활약을 이어왔다. 70년 가까이 쉼 없이 연기해 와 ‘영원한 현역’ 배우라는 별칭이 생겼다.

고(故) 이순재 배우의 열결식이 27일 오전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서 엄수되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김태형 기자).
그의 대표작은 MBC 드라마 ‘사랑이 뭐길래’(1991년)와 사극 ‘허준’(1999년)이다. 두 드라마에서 각각 가부장적인 ‘대발이 아버지’, 따뜻한 스승 유의태 역할을 연기해 시청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2000년대에는 MBC 시트콤 ‘하이킥’ 시리즈를 통해 친근한 이미지를 쌓았고, 2013∼2018년 tvN 여행 예능 ‘꽃보다 할배’를 통해 끊임없이 공부하는 참된 어른의 모습을 보여줬다.

삶의 마지막까지 도전을 멈추지 않은 고인은 연극 무대에 집중해왔다. ‘장수상회’(2016), ‘앙리할아버지와 나’(2017), ‘세일즈맨의 죽음’(2017), ‘리어왕’(2021)에서 열연을 펼쳤다.

2024 KBS 연기대상에서는 ‘개소리’로 역대 최고령 대상 수상의 영예를 안기도 했다. 고인은 마지막 공식 석상이 된 시상식에서 “시청자 여러분께 평생 신세 많이 지고 도움 많이 받았다”고 소감을 전했다.

정부는 고인이 세상을 떠난 지난 25일 금관문화훈장을 추서했다.

[이데일리 김태형 기자] 고(故) 이순재 배우의 열결식이 27일 오전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서 엄수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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