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위기 무르익는다, 잠들 수 없다 [e갤러리]

생활/문화

이데일리,

2025년 11월 27일, 오전 09:47

정다운 ‘잠 못 드는 밤’(2025 사진=도잉아트)
[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어두운 배경이라선가. 어두운 배경에도 불구하고인가. 화려한 꽃망울이 탐스럽다. 어디 꽃뿐인가. 한 곁에 늘어진 열매는 또 얼마나 탱탱한지.

어쩌면 깊은 밤, 자신들의 공간에서 벌이는 한바탕 쇼라고 할까. 이런 분위기라면 누군들 잠에 빠질 수 있겠나. 주최든 관객이든 ‘잠 못 드는 밤’(Sleepless Night·2025)은 길어질 테지. 그런데 붓으로 포착한 화면인 줄 알았던 이 장면이 장장 3분 36초에 걸친 드라마라면.

작가 정다운(45)은 세상 풍경을 영상으로 그려낸다. 차가운 기술을 따뜻한 감성으로 덥히는 미디어아트 작업이다. 작가가 오랫동안 다듬어낸 테마는 ‘공간’. 지리적 구획이란 의미와는 좀 다르다. “몸과 환경, 감정이 교차하는 감각적인 장”이라니까.

초기 작업인 ‘퍼펙트 스페이스’(2009)부터일 거다. 집과 밖을 떠도는 누군가의 정체성을 매개로 ‘심리적 무대’란 공간을 띄우면서다. 이후 10여 년에 걸쳐 그 공간은 감각이 들어찬 작가만의 ‘분위기’(Atmosphere)로 자리를 잡았다.

기술도 진화해갔다. 체온·혈압·심박수 등 생체데이터, 기온·습도·바람 등 기상데이터를 녹여 ‘도시풍경의 감정리듬’을 시각화해내는데. 숨 쉬고 맥이 뛰는, 사람과 환경이 긴밀한 정서적 생태계로 말이다. 잠 못 드는 밤, 꽃과 열매는, 아니 감정과 감각은 춤을 춘다.

12월 1일까지 서울 서초구 남부순환로325길 도잉아트서 여는 개인전 ‘분위기-우리를 둘러싼 것’(Atmosphere-Things Around Us)에서 볼 수 있다. 2채널 비디오설치, 3분 36초. 도잉아트 제공.

정다운 ‘공기풍경’(Atmoscape·2024), 싱글채널 비디오, 18분 50초(사진=도잉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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