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혜경 ‘103개 기억의 파편들’(2025 사진=작가)
작가 정혜경(48)이 나무로 층층이 쌓아올린 ‘103개 기억의 파편들’(2025)은 그 걸쭉한 시간을 축적한 조형물이 됐다. 한 언덕길에 놓인 103개의 계단을 13개로 압축했다. 사실 눈으로 본다면 이 작품은 반쪽짜리다. 작가가 퇴근길 현장에서 수집한, 일상의 소리를 입힌 ‘사운드’가 합쳐져야 비로소 완전체가 되는 구조라서다. 얹히고 겹친 ‘도시의 지층’이라고 할까. “물리적 경사뿐 아니라 삶의 무게까지 실은 장소로” 말이다.
작가는 크고 작은 조형물로 우리 사는 일의 속사정까지 들여다보는 작업을 해왔다. 대표적으로 ‘영수증 프로젝트’가 있다. 물건 사면 한 장씩 얻는 영수증을 산처럼 모으고 붙여 웨딩드레스를 만들고 꽃가마도 만들었더랬다. “반복되는 노동의 동선을 감각적으로 기록했다”는 ‘봉천동 퇴근길’은 그냥 절절한 작가의 얘기였다.
11월 27일까지 서울 관악구 신림동 스페이시움갤러리서 여는 개인전 ‘봉천동 퇴근길-사운드 구획도’에 소리와 빛을 결합한 설치작품 6점을 내놨다. 12월 23일부터는 영등포구 영등포동4가 영등포아트스퀘어에서도 볼 수 있다. 나무. 가변크기. 작가 제공.
정혜경 ‘봉천동퇴근길-사운드구획도’(2025), 철구조물·LED·아두이노센서·스피커 사운드 재생장치, 가변크기(사진=작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