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비 공적까지 기록한 리더십"…369점 유물로 만나는 '인간 이순신'(종합)

생활/문화

뉴스1,

2025년 11월 27일, 오후 12:39

임진장초(국립중앙박물관 제공)

"전쟁이 끝나면 누구나 승리에 도취하기 마련인데 이순신은 달랐습니다. '임진장초'를 보면, 이순신은 노비에서 장수에 이르기까지 누가 어떤 공을 세웠는지 빠짐없이 기록했어요. 부상자들에게는 약과 휴가를 주어 충분히 회복할 시간을 보장했고, 전사한 이들은 시신을 수습해 고향으로 돌려보냈습니다."
27일 국립중앙박물관 상설전시관 특별전시실 2. '우리들의 이순신' 특별전 개막을 하루 앞두고 열린 언론공개회에서 서윤희 학예연구관은 "이순신은 전쟁에서 끝까지 함께한 사람들을 챙긴 인물이었다"며 이러한 면모가 이번 전시의 바탕이 됐다고 설명했다.

이번 전시는 충무공 이순신 탄신 480주년과 광복 80주년을 맞아 마련됐다. 영웅의 공적을 넘어 인간 이순신의 내면과 시대적 의미까지 짚어보는 데 초점을 맞춘다. 전시는 오는 28일부터 내년 3월 3일까지 열린다.

전시는 '난중일기'와 '임진장초 ' 등 이순신이 직접 남긴 기록을 중심으로, 전쟁 영웅을 넘어 한 인간으로서의 내면과 감정, 그리고 시대가 부여해 온 상징적 의미까지 입체적으로 조명한다.

전시는 이순신의 승리·시련·성찰·기억을 축으로 총 4부로 구성됐다. 1부 '철저한 대비, 그리고 승리'에서는 임진왜란 이전 이순신의 철저한 대비와 한산도대첩으로 이어지는 조선 수군의 전술 체계를 소개한다.

2부 '시련과 좌절의 바다를 넘어'에서는 "신에게는 아직도 전선이 12척이 있습니다, 죽을힘을 다해 막아 싸운다면 오히려 할 수 있을 것입니다"('이충무공행록')라고 언급하며 출전했던 명량대첩의 기적과 노량해전으로 이어지는 절망과 재기의 서사를 다룬다.

3부 '바다의 끝에서 나를 돌아본다'에서는 노량해전에서 최후를 맞은 이순신의 시선을 통해 그의 삶을 되돌아보고, 4부 '시대가 부른 이름'에서는 조선, 근대, 현대에 걸쳐 이순신이 어떻게 기억돼 왔는지 조명한다.

노량해역에서 출수된 지자총통 파편(국립중앙박물관 제공)

총 258건 369점의 전시품이 공개된다. 이 가운데 '난중일기' '서간첩 ' 등 국보 6건 15점은 이순신의 사유와 결의, 전장의 생생한 기록을 전한다. 여기에 천자총통·지자총통 등 보물 39건 43점, 이충무공 유적보존 '성금대장' 등 국가등록문화유산 6건 9점이 더해져 전쟁에서 사용된 무기류와 다양한 기록물을 살펴볼 수 있다.

서윤희 연구관은 "'난중일기'를 비롯한 이순신 종가 유물 20건 34점의 진본이 한꺼번에 서울에서 선보이는 일은 처음"이라며 "전시는 위인을 기리는 자리가 아니라, 그의 기록 앞에서 오늘의 우리가 스스로를 돌아보는 자리"라고 전했다.

유홍준 관장은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이순신 전시는 이번이 처음"이라며 "드라마나 영화, 소설과 달리 이번 특별전은 이순신 장군의 모든 것을 유물로써 이야기하고, 그동안 축적된 연구 성과를 종합한다는 점에서 일종의 '정본'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js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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