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처럼 천상 무대로 간 이순재…“진짜 어른이었다”

생활/문화

이데일리,

2025년 11월 28일, 오전 07:41

[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오늘, 이 아침이 드라마라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오케이, 컷’ 소리에 툭툭 털고 일어나셔서 ‘다들 수고했다. 오늘 좋았어’ 하시면 좋겠습니다.” (배우 김영철)

한국 대중문화사를 상징하는 ‘국민 배우’ 이순재가 후배들의 배웅 속에서 영면에 들었다. “무대 위 배우로서 퇴장은 없다”던 고인은 드라마의 한 장면처럼 퇴장했다. 누군가에게는 아버지였고, 때론 친근한 할아버지였으며, 큰 스승이자 진정한 어른이었다.

지난 25일 영면에 든 `영원한 현역` 배우 이순재(사진=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27일 오전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서 고인의 영결식이 엄수됐다. 이날 고인의 마지막 길에는 유족과 유인촌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정동환, 유동근, 최수종, 정준호, 박상원, 정준하, 정일우 등 배우들과 고인이 생전 석좌교수를 맡아 지도했던 가천대 제자들이 영결식장을 가득 메웠다.

사회는 정보석이 맡았고, 김영철과 하지원이 추도사를 낭독했다. 고인과 함께 MBC ‘지붕 뚫고 하이킥’에 출연했던 정보석은 “방송 문화계 연기 역사를 개척해온 국민배우”라며 “배우라면 선생님의 우산 아래에서 덕을 입지 않은 사람이 아무도 없을 것”이라고 고인을 기렸다.

[이데일리 김태형 기자] 고(故) 이순재 배우의 열결식이 27일 오전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서 엄수되고 있다.
하지원은 “선생님은 한국을 대표하는 배우일 뿐만 아니라 연기 앞에서 겸손함을 잃지 않고, 스스로 질문하기를 멈추지 않던 진정한 예술가였다”고 기억했다. 또 연기를 할수록 어렵다는 고민을 털어놨을 때 고인이 건넨 “인마, 지금 나도 어렵다”는 한 마디는 오랜 시간 마음을 지켜준 말이 됐다며 “깊이 기억하겠다. 선생님의 영원한 팬클럽 회장”이라고 추도사를 마쳤다.

TBC시절부터 고인과 인연을 맺어온 김영철은 “선생님 곁에 있으면 방향을 잃지 않았다. 눈빛 하나가 잘 하고 있다는 응원이었다”며 “현장에서도 품위와 예의를 지키셨다. 위로 받고 조용히 배웠다. 정말 많이 그리울 것”이라고 눈시울을 붉혔다.

[이데일리 김태형 기자] 고(故) 이순재 배우의 열결식이 27일 오전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서 엄수되고 있다.
7분짜리 추모 영상에선 “평생 신세 많이 졌고 도움 받았다”는 고인의 지난해 KBS 연기대상 수상 소감이 나오자 많은 이들이 눈물을 닦았다.

이순재는 지난 25일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향년 91살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1934년 함경북도 회령 태생인 고인은 서울대 철학과에 다니던 1956년 연극반에 참여하는 등 연기에 재능을 보였다. 그해 연극 ‘지평선 너머’로 데뷔했고, 69년간 쉼 없이 연기한 ‘영원한 현역 배우’였다.

특히 1991년 MBC 드라마 ‘사랑이 뭐길래’와 1999년 ‘허준’에서 ‘대발이 아버지’와 ‘스승 유의태’ 역할로 시청자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다. 일흔이 넘은 나이에도 시트콤 ‘하이킥 시리즈’에서 몸 사리지 않는 코믹 연기를 선보이며 배우로서 도전을 주저하지 않았다. 지난해 건강 악화로 연기활동을 중단하기 전까지는 다시 연극 무대로 돌아와 ‘세일즈맨의 죽음’(2017), ‘리어왕’(2021, 2023) 등에서 열연을 펼쳤다. 유족에 따르면 마지막까지 손에서 대본을 놓지 않았다. 정부는 고인이 세상을 떠난 날 금관문화훈장을 추서했다. 운구 행렬은 영결식 후 장지인 이천 에덴낙원으로 향했다.

[이데일리 김태형 기자] 고(故) 이순재 배우의 열결식이 27일 오전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서 엄수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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