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 여성 노동자들의 목소리…이희경 '데시르 앙인: 바람의 속삭임'전

생활/문화

뉴스1,

2025년 11월 28일, 오전 08:47

이희경의 개인전 '데시르 앙인(Desir Angin): 바람의 속삭임' 포스터 (아트센터예술의시간 제공)

아트센터예술의시간은 이희경의 개인전 '데시르 앙인(Desir Angin): 바람의 속삭임'을 내년 1월 10일까지 개최한다.

작가는 오랫동안 한국에 살고 있는 아시아 이주민들의 삶을 연구해 왔다. 이번 전시에서는 특히 아시아 이주 여성들이 이곳저곳 옮겨 다니며 남긴 여러 흔적에 집중하고, 이를 영상, 그림, 설치 작품으로 보여준다.

전시는 제주, 인도네시아, 필리핀, 홍콩 등에 있는 동굴에서 시작된다. 옛날 식민지 시대에 군사용으로 만들어져 사람들을 강제로 끌어모으고 자원을 빼앗아 옮기던 이 동굴들은 지금은 관광지가 됐다.

이희경은 이 동굴을 '구멍이자 통로'로 해석한다. 그리고 이곳에 남아있는 과거 폭력의 흔적 위에서 다시 생계를 이어가는 이주 여성들의 움직임에 주목한다. 이들은 동굴 앞에서 물이나 음료를 팔고, 관광 가이드로 일하며, 작은 희망이나 기회(작은 바람)를 따라 섬과 도시를 옮겨 다닌다. 작가는 이러한 움직임이 법이나 제도 같은 딱딱한 언어로는 담을 수 없는, 몸으로 직접 부딪히는 생존 방식이라고 말한다.

이희경, '국제주의자의 열쇠', 2025, 2채널 영상, 컬러, 사운드, 36분 17초(사진제공: 이희경)

전시장에는 낯선 억양과 익숙한 언어가 섞인 목소리가 잔잔하게 깔린다. 이 소리는 관광객에게는 그저 바람이나 새소리처럼 들릴 수 있다. 하지만 이주자들에게는 살기 위해 단순해진 '삶의 언어'다.

작가는 이렇게 노동하는 이주 여성들의 목소리를 다시 들려준다. 완전히 소속되지 못한 채 공중에 떠다니는 억양은 전시장 전체에 울려 퍼지며, 관객들에게 '우리는 과연 어디에서 어떤 목소리를 내며 살고 있는가?'를 질문한다.

이 전시는 역사, 노동, 돈(자본), 관광 같은 거대한 세상의 흐름 속에서 자기만의 속도로 삶을 만들어가는 여성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게 한다. 이주 경험을 머리로 이해하는 추상적인 개념이 아니라, 몸으로 느껴지는 현실로 다시 보게 한다.

acene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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