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촌 주민들 생활의 지혜 '물때지식' 국가무형유산 된다

생활/문화

이데일리,

2025년 11월 28일, 오전 09:29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조수간만의 차가 심한 서해안과 남해안 주민의 필수 생활지식인 ‘물때지식’이 국가무형유산이 된다.

조선시대 물때 기록의 기준인 김포 조강 일대. (사진=국가유산청)
국가유산청은 ‘물때지식’을 국가무형유산 신규 종목으로 지정 예고한다고 28일 밝혔다.

‘물때지식’은 밀물과 썰물로 발생하는 바닷물의 주기적인 변화를 인식하는 전통적 지식체계다. 지구에 대한 태양과 달의 인력 때문에 발생하는 조수간만에 따라 변화하는 조류의 일정한 주기를 역법화 한 것이 대표적이다.

물때의 지식체계는 자연환경을 관찰하고 경험하며 축적한 전통 지식과 지구와 달의 관계를 역법으로 표현하는 천문 지식이 결합한 것이다. 어민들의 생계수단인 어업활동 뿐 아니라 염전과 간척, 노두(갯벌에 돌을 깔아 섬과 섬 사이를 연결하는 다리) 이용, 뱃고사(항해의 안전과 풍어를 빌며 지내는 제사) 등 해안 지역의 일상생활에 필수적인 지식으로 자리잡고 있다.

조선시대 조강지역 물때를 기록한 신경준의 '조석일삭진퇴성쇠지도'. (사진=국가유산청)
하루 단위의 밀물과 썰물에 대한 내용은 ‘고려사’에 등장하고, 보름 주기의 물때 명칭은 ‘태종실록’에 기록돼 있다. 조선시대 이전부터 15일 주기의 물때 순환체계를 인식해 이용하고 있음이 확인된다.

조선 후기에는 강경포구의 조석 현상을 바위에 새겨 기록하거나, 실학자 신경준이 ‘조석일삭진퇴성쇠지도’를 제작해 조강(한강과 임진강이 만나는 한강 하류 끝의 물줄기)과 제주, 중국 절강(浙江)과 오월(吳越)의 조석 시간을 비교하는 등 지역별 독자적인 물때체계에 대해 탐구했다.

또한 물때는 서해안과 남해안 주민의 필수 생활지식으로 어촌의 생업을 비롯한 해양문화 연구의 기초지식이 되는 점에서 학술연구 자료로서 가치가 크다. 물때를 세는 단위인 한물·두물 등 ‘숫자+물(마·매·무새)’의 구성 방식과 ‘게끼·조금·무수(부날)’의 서로 다른 명칭이 존재한다는 점에서 물때에 대한 지역적 다양성을 확인할 수 있다.

금강의 물때를 기록한 해조문 바위. (사진=국가유산청)
국가유산청은 ‘물때지식’에 대해 △조선시대 이전부터 물때에 대한 명칭이 기록되어 현재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는 점 △해양문화, 민속학, 언어학 등 다양한 분야의 연구에 기여한다는 점 △해안가 지역의 필수 생활지식으로서 보편적으로 공유되고 있다는 점 △과거뿐 아니라 현재에도 물때달력이나 스마트폰 앱 등을 통해 다수에게 활용되고 있다는 점에서 국가무형유산으로 지정하여 보전할 가치가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물때지식’은 보편적으로 공유·향유하고 있는 전통지식이라는 점을 고려해 특정 보유자나 보유단체를 인정하지 않는 공동체 종목으로 지정 예고한다. 국가유산청은 30일간의 지정 예고 기간 중 각계 의견을 수렴하고 국민신문고 홈페이지를 통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뒤 무형유산위원회 심의를 거쳐 국가무형유산 지정 여부를 최종적으로 결정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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