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자’ 소식 뜨자…중국인들, 일본말고 ‘이곳’ 간다

생활/문화

이데일리,

2025년 11월 28일, 오전 10:01

성 바실리 대성당 (사진=러시아관광청)
[이데일리 김명상 기자] 러시아가 중국인 무비자 입국을 추진하면서 중국 내 러시아 여행 수요가 크게 증가할 전망이다. 비자정책 완화와 중·일 갈등이라는 외부 요인으로 러시아가 중국 관광시장의 새로운 수혜국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지난 18일(현지시간) “중국 국민이 곧 비자 없이 러시아를 방문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밝힌 이후, 관련 검색량과 예약이 단기간에 급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싱가포르 기반 시장조사업체 차이나 트레이딩 데스크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의 발언 이후 48시간 동안 중국 온라인 플랫폼에서 러시아 관련 검색과 상품 조회량이 이전 주보다 3~5배 증가했다고 밝혔다. 또 12월 러시아 호텔 예약은 전년 동기 대비 약 50%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더 모스크바 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수브라마니아 바트 차이나 트레이딩 데스크 최고경영자(CEO)는 “비자 면제 추진이 중국 여행시장의 강력한 자극제가 됐다”며 “특히 모스크바, 상트페테르부르크, 블라디보스토크 등 주요 도시의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다”고 말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사진=AFP)
푸틴 대통령은 중국인에 대한 비자 면제의 구체적인 시행 시점이나 절차는 아직 공개하지 않았다. 러시아 정부는 이미 중국과 단체 관광객 대상의 상호 비자면제 협정을 운영 중이며, 중국은 지난 9월부터 러시아 여권 소지자의 무비자 입국을 허용했다. 이번 조치가 시행되면 양국 간 개별 관광까지 포함한 전면적 비자면제 체제가 확대될 전망이다.

중국인의 러시아행 여행 급증의 배경에는 중·일 외교 갈등이 있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중국이 대만을 공격할 경우 일본이 군사적 대응에 나설 수 있다”고 언급한 이후, 중국 정부는 자국민에게 일본 여행을 자제하라고 권고했다.

이에 따라 중국 항공 당국은 일본행 항공편을 내년 3월까지 단계적으로 축소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중국국제항공, 중국동방항공, 중국남방항공 등 주요 항공사는 일본 노선에 한해 수수료 없는 항공권 취소를 지원하고 있으며, 상하이·광저우·난징발 주요 일본행 노선 12개가 이미 운항을 중단했다. 중국 여행 전문기관들은 일본 여행 제한 여파가 내년 봄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일본의 대중 강경 기조는 쉽게 완화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교도통신이 실시한 최근 여론조사에서 다카이치 내각의 지지율은 69.9%로 전월 대비 5.5%포인트 상승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 (사진=AFP)
러시아 여행업계는 올겨울 러시아행 여행객이 두 자릿수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풍부한 겨울 관광 자원을 가진 러시아는 이미 중국 젊은층 사이에서 ‘색다른 유럽식 겨울여행지’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항공 거리와 시차가 짧은 극동 지역은 중국 동북부 여행객에게 접근성이 높아 단기간 내 수요가 폭발할 가능성이 크다.

바트 CEO는 “일본 홋카이도를 고려하던 중국 여행객 상당수가 블라디보스토크와 러시아 극동 지역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며 “비자 면제가 현실화되면 여행사들이 러시아 상품을 더욱 적극적으로 판매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향후 러시아가 중국 관광객 유치를 위해 전자결제 시스템 확대, 중국어 안내 인프라 확충, 극동 지역 노선 증편 등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다만 비자면제의 시행 시점과 세부 규정은 아직 미정이어서, 실제 관광객 유입 규모는 달라질 수 있다.

러시아 관광산업계는 현재 상황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러시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현지 업계 관계자는 “비자 자유화는 중국 시장 확대의 결정적 계기”라며 “호텔, 쇼핑, 식당 등에서 중국어 서비스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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