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갈만한 곳] 다름의 연결부터 불만족의 전복까지...연말 미술계 수놓을 전시3

생활/문화

MHN스포츠,

2025년 11월 28일, 오후 06:00

(MHN 김수안 인턴기자) 지역 활성화 사업의 포용적 가치를 담은 기획전부터, 기존 질서에 질문을 던지는 도발적인 개인전, 그리고 가상과 실제를 오가는 독특한 회화 세계까지, 연말 미술계가 다채로운 스펙트럼의 전시들로 풍성하다. 이번 주말 다양한 전시를 느껴 보는 것은 어떨까.

 

 

레인보우클라우드

9. 27 (토) ~ 11. 23 (일)

상업화랑이 기획한 2025년 지역전시활성화사업 '레인보우 클라우드'가 강원도 인제군, 인제 기적의 도서관에서 지난 9월 27일부터 오는 11월 23일까지 개최된다. 이번 전시는 접경지역, 다문화, 그리고 도서관이라는 세 가지 핵심 키워드를 중심을 새로운 문화적 가치를 탐색한다. 

전시 제목처럼 '레인보우 클라우드'는 서로 다른 색들이 만나 빛의 다리를 놓는 풍경을 그린다. 다채로운 파장의 빛이 모여 찬란한 무지개를 만들듯, 차이를 단절이 아닌 연결과 공존의 가능성으로 확장하고자 한다. 경계의 땅인 인제의 자연과 문학적 배경, 다문화적 특성이 어우러져 지역과 관람객, 전통과 미래를 잇는 장을 마련한다. 

도서관이라는 공간이 기록과 이야기, 현식과 상상의 경계를 오가는 것처럼, 전시는 다양한 매체를 통해 현실과 가상, 전통과 기술, 세대 간의 연결과 공존을 펼쳐 보인다. 

 

 

현재에 머무르지 못하는 사람들

11. 26 (수) ~ 12. 2 (화)

박정우 작가 개인전 '현재에 머무르지 못하는 사람들'이 지난 26일부터 오는 12월 2일까지 학고재 아트센터에서 개최된다. 니체의 말을 인용한 부제 '경멸과 무시는 때로 건강의 징표이다'에서 엿볼 수 있듯이, 이번 전시는 동시대 사회의 지배적 담론과 기존 질서에 대한 작가의 도발적 불만족을 에너지 삼아 분출한다. 

박정우 작가는 기존 질서를 뒤틀고 전복시키는 풍자와 아이러니를 주요 작업 장치로 사용한다. 이는 무작위성과 무의미를 부여해 기존의 넘버링 질서를 무력화한 설치 작품 'numbered eggs'에서 명확히 드러난다. 또한 전시 중앙에 배치된 메인 작품 'cased tape'는 나무와 대리석으로 성형된 카세트테이프들이 유리 상자 안에 정렬되어 있고, 상자 안에는 수십 마리의 귀뚜라미가 들어있는 파격적인 설치물이다. 

작가는 이 작업이 현대 사회의 '지속가능성'담론이 갖는 모순적 성격을 표현한 것이라고 말한다. 지속가능성을 추구하는 과정이 오히려 대량생산과 소비 구조를 유지하는 또 다른 기만일 수 있다는 비판을 긴장감 있는 감각으로 시각화한 것이다. 

박정우의 작업은 뛰어난 기술적 완성도와 함께 전복적인 담론을 병치하며, 감성과 정치의 분리불가능성을 역설한다. 작가는 불만족과 비정형의 에너지를 통해 기존 질서와는 다른 시각을 제시하며, 관람객에게 스스로를 되돌아보고 '현재'를 충만하게 사는 것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큰 메아리

11. 19 (수) ~ 12. 24 (수)

벨기에 출신 작가 리너스 반 데 벨데(Rinus Van de Velde)의 개인전 '큰 메아리'를 지난 19일부터 오는 12월 24일까지 개최한다. 2024년 아트선재센터와 전남도립미술관 개인전에서 호평받은 작가는 이번 전시를 통해 가상과 실제를 넘나드는 자신만의 독보적인 예술과 정체성을 드러내고 있다. 

반 데 벨데는 회화, 영상, 설치, 조각 등 이질적인 매체를 결합하여 하나의 일관된 내러티브 플롯을 구축하는 전방위적 예술가이가. 작품 속에는 작가 본인을 모델로 한 다양한 다중자아가 등장하며 이들은 독자적인 서사 세계 안에서 삶을 전개한다. 작가는 이 과정을 통해 자신의 관심사와 정체성을 촘촘히 드러낸다. 

특히 그의 평면 작업에서 두드러지는 '이미지-텍스트 2단 구조'는 신문 레이아웃을 차용하면서도, 동시에 미디엄이 관습적으로 보증해 온 객관적 진실성과는 거리를 둔다. 이는 우리가 이미지를 너무 쉽게 믿는다는 점을 지적하며, 실재와 허구를 자유롭게 오가는 장치로 활용된다. 

스튜디오를 떠나지 않고 작업에 몰두하는 작가의 별칭은 '안락의자 탐험가'이다. 반 데 벨데는 이번 전시를 준비하며 야외 회화를 고수했던 인상과 화가들과의 가상 대화를 통해, 자신 역시 상상 속에서 세상을 포착해 온 '플랜에어 화가'라고 반문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작가 본인을 모델로 한 목탄화와 오일 파스텔화, 그리고 새로운 조각 미디엄을 선보이며, 관객들을 모방과 혼성, 평행우주적 개연성에 기반한 작가의 복잡하면서도 매혹적인 세계로 초대한다. 유능한 지휘자처럼 여러 갈래의 내러티브를 정제해 나가는 그의 작업은 현대 회화의 거장 리히터의 창작 태도와도 연결되며 흥미로운 지점을 제공한다.

 

사진=상업화랑, 학고재, 갤러리바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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