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HN 김수안 인턴기자) 획일적인 감상을 넘어 관람객의 적극적인 참여와 사유를 요구하는 개성 강한 전시들이 연말 미술계를 풍성하게 채우고 있다. 몸의 감각을 극한으로 끌어올리는 심야의 체험부터 빛과 그림자가 만들어내는 모순적인 감시의 공간까지, 평범함을 거부하는 세 가지 전시를 소개한다.
Night Bodies
11. 14 (금) ~ 12. 21 (일)
밤이 깊어질수록 깨어나는 인간 신체의 또 다른 리듬을 포착한 전시가 열려 화제를 모으고 있다. 김미현 작가의 개인전 'Night Bodies'가 지난 14일부터 오는 12월 21일까지 koldsleep에서 개최하하여 관객들을 심야의 세계로 초대한다.
이번 전시는 매일 오후 6시부터 오전 4시까지 운영되며, 관람객의 극도로 제한된 경험을 통해 주목받고 있다. 전 회차 사전 예약제로 운영되며, 회차당 최대 2명만 입장이 가능해 고요한 심야 공간에서 오롯이 자신과 마주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
'Night Bodies'는 인간 몸의 시간성, 취약성, 그리고 대항성이라는 규범 밖의 감각을 탐구한다. 특히 관객이 전시의 핵심 매개가 되는 구조가 인상적이다. 관객은 전시장 안에서 소설 속 1인칭 화자의 목소리를 직접 발화하게 되며, 이 목소리는 몸 안으로 되돌아와 '진동'이라는 촉각적 경험을 일으킨다. 작가는 이 진동을 언어가 몸으로 회귀하는 리듬이자, 신체가 다른 시간대를 통과하는 다층적 시간성의 통로로 제시한다.
관람 시간 50분동안 신발을 벗고 들어서는 어두운 전시장 환경은 시각 의존도를 낮추고, 저주파 진동을 중심으로 한 청각, 촉각적 환경을 조성한다. 이를 통해 관객은 단순한 '관람자'가 아닌, 자신의 몸과 호흡, 진동을 통해 서사를 만들어내는 '감각의 서사체'로 변모하게 된다.
서울문화재단 다원예술창작지원 사업에 선정된 이번 전시는 작가 김미현이 일관되게 탐색해 온 '몸의 언어, 현실과 허구의 경계'를 한층 정밀하게 구현한 장으로 평가받고 있다.
'Night Bodies'는 시각 중심의 관람 방식을 탈피하고, 몸이 만들어내는 감각의 흔들림을 경험할 새로운 기회를 제공한다.
그림자는 알고 있다
2025. 11. 15 (토) ~ 2026. 1. 31 (토)
제이슨함 갤러리는 지난 15일부터 오는 2026년 1월 31일까지 아티스트 듀오 카를라 아로차와 스테판 슈라넨의 한국 첫 개인전 '그림자는 알고 있다'를 신관에서 개최한다.
20여 년간 공동 작업을 이어온 두 작가는 주체와 대상, 작품과 관람객 사이의 모호성과 상호작용에 주목하는 장소 특정적 설치 작업을 선보여왔다.
이번 전시의 핵심은 2024년 부산비엔날레에서 선보였던 대형 설치 작업 'Wasp Nest'를 제이슨함 신관 공간에 맞춰 재구성한 것이다. 수백 개의 창문형 조형물로 이루어진 이 설치물은 금속 프레임 구조의 플렉시 글라스 소재를 사용해 빛을 왜곡하고 굴절시킨다. 작가는 "빛과 관람자의 위치가 변함에 따라 가시화되거나 투명해지는 특성을 통해, 변화하는 빛의 덧없음을 아름다움의 원천이자 사유의 기회로 느끼길 바란다"고 밝혔다.
갤러리 전체를 채운 설치 속에서 관람객은 마치 벌집처럼 확장되는 공간을 경험하며, 자신이 감시당하는 동시에 무언가를 감시하고 있다는 모순적인 감각을 느끼게 된다.
또한, 회화 'Target'과 'Wasp Nest'의 그림자를 벽지 형태로 구현한 신작 'Shadows Know'도 함께 전시되어, 서로 다른 작업들이 공간 안에서 상호 반사되고 중첩되는 독튿한 경험을 선사한다.
불온한 사랑
10. 16 (목) ~ 12. 6 (토)
대만 작가 시용쥔의 국내 첫 개인전 '불온한 사랑'이 지난 10월 16일부터 오는 12월 6일까지 아라리오 갤러리에서 열려 그의 독특한 세계관을 선보인다. 이번 전시는 호텔 룸, 복도, 공연 무대 등 총 7개의 가상 무대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불가사의한 사건들을 소재로 삼아 하나의 거대한 환상적 세계관을 구축한다.
전시명 '불온한 사랑'은 모녀 유대, 연인 애정, 친구 우정 등 다양한 관계 속 사랑이면에 도사리는 배신, 경쟁, 욕망 등 불온한 감정의 아이러니를 은유한다. 또한, 서로 다른 시대의 사물들이 하나의 무대 위에서 형성하는 낯선 관계에 대한 표현이기도 하다.
작품은 주로 1980년대 상품 패키지 등에서 발견한 이미지와 작가의 유년기 기억을 소환하는 장난감을 주요 소재로 한다. 특히 '토이세트'연작은 인형극 무대를 연상시키는 입체 작품으로, 그 장면들이 회화, 영상 등 여러 매체로 변주된다. 무대 속 24개의 인형들은 서사를 전개하는 등장인물로서 부조리극과 같은 장면을 연출하며, 사회문화적 질서를 작가만의 미시적 우주에 재배치한다. 사용쥔은 작품을 통해 단일한 서사 대신, 관람객 각자의 인식에 기반한 다각적인 해석과 성찰을 제안한다.
사진=Koldsleep, 제이슨함 갤러리, 아라리오 갤러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