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현지시각) 홍콩 북부 타이포의 '왕 푹 코트'(Wang Fuk Court) 아파트 단지 인근 PHAB 센터에서 이재민들이 구호물품을 받고 있다. 2025.11.29/뉴스1 © News1 권현진 기자
홍콩 북부 타이포 지역의 아파트 단지 '웡 푹 코트'가 지난 26일 화마에 휩싸였다. 불이 난지 약 30시간이 지났을 때도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고, 매캐한 냄새가 가득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무거운 슬픔이 현장의 공기를 감쌌다. 30일 오전까지 확인된 희생자만 백명이 훌쩍 넘는 77년 만의 홍콩 최악의 참사였다. 32층 고층 건물을 시꺼멓게 태운 현장은 그야말로 참혹했다.
하지만 현장에는 아픔만 있던 건 아니었다. 한 시민은 "홍콩 사람들이 도와주려고 나서고 있고, 자기 역시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마스크를 쓰고 묵묵히 담요와 생수를 나르는 사람들이 곳곳에서 목격됐다. 인근 광장과 대피소에는 이재민뿐 아니라 어마어마한 구호 물품 및 이를 분류하는 자원봉사자들도 가득했다. 그저 돕고 싶은 마음에 현장에 자발적으로 모인 사람들이 만들어낸 풍경이었다.
화재 발생 나흘째에도 마찬가지였다. 불길이 완전히 잡혀 검은 연기가 걷히자, 홍콩 시민들은 더욱 분주하게 움직였다. 자원봉사자들은 긴급 대피소에서 임시 거처로 옮긴 이재민들의 공간을 정리했고, 인근 주민들은 이웃의 이야기를 들으며 옆에서 위로했다.
딸을 찾고 있다며 사진을 보여주는 어머니, 친구를 잃었다며 슬퍼하는 주민 등에게 조용히 다가가 등을 토닥이고 대화를 했다. '슬픔은 나누면 반이 된다'는 말이 실현되는 순간이었다.
주윤발(저우룬파)이 29일(현지시간) 오후 홍콩 카이탁 스타디움에서 열린 대중음악 시상식 '2025 마마 어워즈'(2025 MAMA AWARDS)에 시상자로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CJ ENM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시민들의 따뜻한 연대는 홍콩을 넘어 국경을 초월했다. 지난 28일, 29일 홍콩에서 열린 K팝 시상식 '2025 마마 어워즈'에 참여한 한국 가수들과 엔터테인먼트사들은 앞다퉈 성금을 전하며 위로의 뜻을 밝혔다.
홍콩의 살아있는 전설적 배우 저우룬파(주윤발)도 힘을 보탰다. 그는 '2025 마마 어워즈'에 깜짝 등장해 눈시울이 붉어진 채로 애도의 뜻을 전하며 잠시 묵념했다. 장내 역시 암전됐고 모든 관객이 고개를 숙이고 침묵했다. 홍콩 시민들은 저우룬파와 함께 공감하고, 또 위로받았다.
대형 화마가 휩쓸고 간 이곳은 현재 아픔, 슬픔, 안타까움이 가득하다. 하지만 분명한 건, 옆에서 묵묵히 도와주는 이들이 있는 만큼 희망도 함께 있다는 것이다. 홍콩은 지금 분명 '공동 회복'의 길로 나아가고 있다.
seunga@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