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AI 기반 장편영화 제작이 본격화하고 있다. 5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컨퍼런스룸에서 열린 ‘AI 콘텐츠 페스티벌 2025’ 2일차 워크숍 세션에서 MBC C&I가 운영하는 ‘AI 콘텐츠랩’에 참여 중인 두 개의 장편 프로젝트 ‘라파엘’(마테오 AI 스튜디오), ‘판테온’(IF 스튜디오&도카이) 제작진이 나란히 제작 과정을 공개하며 AI 기술의 현재와 미래를 역설했다.
AI 장편 프로젝트 맞대결 '라파엘' VS '판테온' 영화토론 모습.(사진=콘진원)
‘라파엘’은 ‘영혼은 어떻게 정의되는가’라는 질문에서 출발한 SF 액션 프로젝트다. 정주원·양익준·문신우 감독이 한 팀을 이뤄 제작 중인 이 작품은 전체 제작 과정에서 대규모 AI 기법이 도입된 것이 특징이다.
정주원 감독은 “문체부와 콘진원의 지원을 받아 AI 콘텐츠랩 1기로 모였고, 서로의 비전이 맞아 팀을 꾸렸다”며 “할리우드에서나 가능했던 스케일의 SF 액션을 AI로 구현하고 있다”고 밝혔다. 문신우 감독은 “이야기로 사람들을 몰입시키지 못하면 AI 기술도 힘을 잃는다”며 “셋이 끊임없이 소통하며 구조를 다듬고 있다”고 설명했다.
제작 과정은 결코 단순하지 않다. 세 감독은 AI 영상 제작의 가장 큰 난관으로 ‘감정 연기’와 ‘일관성 유지’를 꼽았다. 문 감독은 “얼굴·몸짓의 일관성이 조금만 틀어져도 다시 고치는 데 엄청난 시간이 든다”며 “특히 역동적인 장면은 한 신을 완성하는 데 2주가 걸린 적도 있다”고 토로했다.
‘판테온’은 그리스 신화를 AI 기반으로 재창조한 장편 프로젝트다. IF 스튜디오의 이진호 감독과 도카이의 이재효 감독이 공동 연출을 맡고 있다.
이진호 감독은 “AI는 사람이 필요 없다는 인식이 있지만 정반대”라며 “AI 작업은 오히려 모든 스태프가 결과물의 ‘공동 책임자’가 되는 방식”이라고 했다. 이어 “함께하는 사람들의 창의성이 최종 결과물을 좌우한다는 점에서 기존 영상 작업보다 협업이 더 중요해졌다”고 강조했다. 이재효 감독 또한 “포스트 프로덕션과 AI를 접목해 작품 퀄리티를 높이기 위한 다양한 실험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AI 장편 프로젝트 맞대결 '라파엘' VS '판테온' 영화토론 장면(사진=콘진원)
두 프로젝트 모두 AI 제작의 어려움으로 ‘감정 연기 구현의 한계’, ‘캐릭터 일관성’ 등을 꼽았다.
양익준 감독은 “AI 툴 발전 속도는 상상을 초월한다”며 “보통 애니메이션의 시즌1부터 시즌10까지 보면 그림체가 바뀌는데, 80부작 안에 기술 변화가 담겨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이진호 감독은 “새로운 기술이 나오면 이전에 일주일 걸리던 컷이 몇 분 만에 나오기도 한다”며 “그렇기에 더더욱 핵심은 이야기다. 기술은 계속 바뀌지만 서사는 남는다”고 말했다.
다만 “연기가 제일 어렵고 원하는 결과물이 잘 안 나온다. 연기에 대해선 아직까지 좋은 솔루션이 없는 것 같다”며 “영화는 결국 연기와 이야기 2개가 핵심인데, 감정신이 많은 경우 AI로 만드는 과정이 아직은 어려워 열심히 프롬프트를 써가며 개선해 나가고 있다”고 했다.
문신우 감독은 “연기도 너무 어렵고 캐릭터의 일관성을 유지하는 것이 특히 어렵다”며 “인물의 일관성이 조금만 틀어져도 고치는 데에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고 토로했다.
그럼에도 AI는 분명한 기회이자 새로운 전환점이란 점에는 모두가 동의했다.
이재효 감독은 “지금이 오히려 서부 개척시대 같다”며 “편의점도, 표지판도 없는 신대륙 같은 시장이다. 산업군이 다양하게 열려 있고, 기회의 시대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주원 감독은 “글로벌에서 통할 IP를 만들고, 극장·OTT·배급을 종합적으로 연결하는 방식으로 수익 구조를 만들고자 한다”며 “글로벌 IP 제작사의 꿈을 갖고 있다”고 털어놨다.
좌장으로 참석한 이상욱 MBC C&I 팀장은 “국내 시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오히려 해외 시장을 적극적으로 겨냥하는 게 현실적인 전략”이라고 강조했다.
이진호 감독과 문신우 감독도 “AI든 실사든 애니메이션이든 작품의 본질은 결국 연기와 이야기”라며 “AI는 기술이지만, 그 기술을 어떻게 쓰는지는 사람에게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가 주최하고 한국콘텐츠진흥원(콘진원)이 주관한 ‘AI 콘텐츠 페스티벌 2025’는 인공지능(AI) 기반 콘텐츠의 최신 흐름을 공유하고 산업 확산 지원을 위해 마련한 행사다. ‘AI, 콘텐츠에 영감을 불어넣다’를 주제로 진행하는 △전시 체험관 △컨퍼런스 △AI 상영관 △크리에이터 미니 강좌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으로 꾸며진다.
누구나 무료로 참여 가능하며 오는 6일까지 진행된다. 컨퍼런스·워크숍·미니강좌·인공지능 상영관 등 주요 프로그램은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사전 신청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