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박정민 / 뉴스1 © News1 윤일지 기자
올해 국내 공연계 최대 이슈는 우리 토종 창작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Maybe Happy Ending)의 '토니상 6관왕' 수상이었다. 이 작품은 지난 6월 8일(현지 시각), 미국 뉴욕 라디오시티 뮤직홀에서 열린 제78회 토니상 시상식에서 작품상·각본상·연출상 등 총 6개 부문에서 트로피를 들어 올리며 케이(K)-뮤지컬 역사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K-창작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 토니상 돌풍
1947년 시작된 토니상은 미국 연극·뮤지컬계의 가장 권위 있는 상으로, '공연계 아카데미상'으로 불린다. K-뮤지컬이 토니상에서 상을 탄 것은 2023년 제77회 때 린다 조가 의상 디자인상을 거머쥔 '위대한 개츠비'가 처음이었다. 하지만 한국산 창작 뮤지컬이 작품상 등 주요 부문 상을 받은 것은 이번이 최초다.
'어쩌면 해피엔딩' 윌휴 콤비'로 알려진 윌 애런슨(44) 작곡가와 박천휴(42) 작가가 함께 만든 첫 창작품이다. 두 사람은 2008년 뉴욕대(NYU)에서 처음 만나 17년째 '창작 파트너'로 호흡을 이어오고 있다. 이 작품은 대학로 소극장에서 2016년 초연 후 이듬해 예그린뮤지컬어워드 4관왕, 2018년 제2회 한국뮤지컬어워즈 6관왕을 차지하며 관객과 평단의 호평을 동시에 얻었다.
해외에서도 주목할 만한 성과를 연이어 거뒀다. 지난 5월 제89회 '뉴욕 드라마 비평가 협회상'에서 최우수 뮤지컬상을 받은 것을 시작으로, 제91회 미국 '드라마 리그 어워즈'와 '드라마데스크 어워즈'까지 석권하며 '어쩌면 해피엔딩'의 이름을 미국 공연계에 뚜렷이 각인시켰다.
이 작품의 개발을 이끌었던 김유철 라이브러리컴퍼니 본부장(전 우란문화재단 프로듀서)은 "'어쩌면 해피엔딩'의 이야기는 국적과 인종을 초월해 누구에게나 닿는 진실한 감정을 담고 있었다"며 "결국 '감정의 힘'을 믿은 작품"이라고 말했다. 작품의 국내 초·재연 연출을 맡았던 김동연은 토니상 수상 배경에 대해 "좋은 음악, 좋은 스토리, 좋은 가사를 모두 갖춘 작품"이라며 "'윌휴'의 협업이 토니상 6관왕'의 결정적 토대가 됐다"고 평했다.
'어쩌면 해피엔딩'의 수상을 계기로 앞으로 한국 뮤지컬이 해결해야 할 숙제도 제기되고 있다. 고희경 홍익대학교 공연예술대학원 교수는 "한국 뮤지컬 시장은 규모가 작기 때문에 아예 처음부터 세계 시장을 목표로 한 작품이 더 많이 나와야 한다"며 "우수한 창작 인력이 꾸준히 유입되고 있는 만큼, 이들의 활동을 뒷받침할 인프라 개선과 함께 우수작품을 선별해 집중적으로 육성하는 정부의 강력한 지원이 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배우 이영애/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황정민·이영애·박정민, '별'들의 무대 복귀
스타들의 무대 귀환도 핫이슈였다. 청룡영화제에서 매력을 발산하며 최고 '대세남'으로 등극한 박정민이 무대 위에서 존재감을 뿜어내고 있다. 그는 내년 3월 2일까지 펼쳐지는 라이브 온 스테이지 '라이프 오브 파이' 공연에서 주인공 '파이' 역으로 열연 중이다. 연극 '로미오와 줄리엣' 이후 8년 만의 무대 복귀다. 관객들 사이에서 "박정민의 인생 캐릭터는 '백희준'과 '파이'"라는 평이 나올 만큼, 파이의 여정에 깊이 몰입하게 만드는 힘을 보여주고 있다.
황정민은 뮤지컬 '미세스 다웃파이어'로 객석을 뜨겁게 달궜다. 그의 뮤지컬 출연은 2015년 '오케스트라 피트' 이후 10년 만이었다. 그는 아빠 '다니엘'과 유모 '미세스 다웃파이어'를 오가며 관객을 웃겼다 울리며 175분(중간 휴식 포함) 동안 열연을 펼쳤다. "명불허전 황정민"이라는 호평과 함께 "작품은 뮤지컬이라기보다 연극에 가깝다"는 반응도 뒤따랐다.
'여제'들의 귀환도 눈길을 끌었다. 이영애와 이혜영이 연극 '헤다 가블러'의 주인공 '헤다' 역으로 나란히 무대에 오른 것이다. 이영애는 LG아트센터, 이혜영은 국립극단 무대에서 각기 다른 매력의 헤다를 선보였다. 이영애의 연극 출연은 무려 32년 만으로, 그는 "헤다는 '정답이 없는 여자'이기에 새로운 헤다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8년 만에 무대에 복귀한 이혜영은 2012년에 이어 다시 헤다에 도전하며 "초연에서 아쉬움을 완성하고 싶어 재도전했다"고 밝혔다.
이 밖에도 '아역 출신' 배우 김향기는 '셰익스피어 인 러브'로 연극 무대에 첫발을 내디뎠고, 전혜진은 지난 11월 연극 '라이오스'로 10년 만에 무대에 올라 관객과 만났다.
발레리노 박윤재/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박윤재·전민철, 세계 사로잡은 韓 발레리노
발레계에도 잇단 낭보가 전해졌다. 지난 2월, '16세 무용수' 박윤재가 한국 발레리노 최초로 스위스 로잔 발레 콩쿠르에서 1위를 차지했다. 이 대회는 세계 5대 발레 콩쿠르 가운데 하나로, 15~18세 학생만 참가할 수 있어 '전 세계 무용수들의 등용문'으로 불린다. 박윤재는 1위 수상과 함께 특별상인 '최우수 인재상'도 받았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자신의 강점으로 "유연성, 음악성, 회전력"을 꼽았다.
'발레계 아이돌'로 불리는 전민철은 '2025 유스 아메리카 그랑프리'에서 최고 영예인 '그랑프리'를 거머쥐었다. 이 상은 모든 부문과 연령대를 통틀어 가장 뛰어난 기량을 선보인 참가자에게 주어지는 대상이다. 그는 또 지난 10월, 러시아 명문 마린스키 발레단의 퍼스트 솔로이스트(수석무용수 바로 아래 등급)로 정식 입단하며 화제를 모았다. 전민철은 내년 1월 3~4일 서울 국립극장에서 열리는 발레 갈라 공연에 출연하기 위해 내한한다.
'10대 발레리나'들도 한국 발레의 저력을 입증했다. 권담윤(17)·염다연(16)·박정온(13)은 '오를레우 유네스코 국제무용콩쿠르'에서 각각 시니어·미들·주니어 부문 1위를 차지했다. 김하은(15)은 미들 부문 2위에 올랐다. 오를레우 유네스코 국제무용콩쿠르는 유네스코 국제무용협회 산하 국제무용콩쿠르연맹(IFBC)이 주최하는 대회로, 세계 최고 권위의 무용 경연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jsy@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