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News1 김지영 디자이너
전자담배를 '덜 해로운 담배'로 여기는 인식이 커지고 있지만, 의학적으로 이를 뒷받침할 근거는 없다는 지적이 나왔다. 담배 연기 대신 에어로졸을 흡입하는 방식으로 형태만 달라졌을 뿐, 니코틴 중독과 심혈관·호흡기계 부담은 여전히 크다는 설명이다.
조유선 서울아산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20일 "전자담배는 연초보다 안전하다는 인식이 퍼져 있지만, 현재까지 전자담배가 건강에 덜 해롭다는 결론은 어디에도 없다"며 "흡연을 줄이기 위한 대안으로 선택했다가 오히려 니코틴 의존이 지속되거나 이중 사용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밝혔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지난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전통적인 궐련 흡연율은 감소세를 보이는 반면, 전자담배 사용자는 전 세계적으로 1억 명을 넘어섰다. 담배 회사들은 전자담배를 '위해 감축 제품'으로 홍보하고 있지만, 의료 현장에서 확인되는 건강 지표는 이와 다른 흐름을 보인다.
전자담배에서 발생하는 흰 연기는 흔히 수증기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니코틴과 중금속, 발암물질이 섞인 에어로졸이다. 조유선 교수는 "에어로졸은 단순한 수증기가 아니라 폐 깊숙이 침투해 염증 반응을 유발할 수 있는 활성 입자"라며 "흡입되는 물질의 성격을 고려하면 전자담배 역시 인체에 부담을 준다는 점에서 연초와 다르지 않다"고 설명했다.
유해 성분이 적다는 주장도 단순 비교에 불과하다고 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분석에서는 일부 궐련형 전자담배의 타르 함량이 일반 담배와 유사하거나 더 높게 측정된 사례도 확인됐다. 전자담배 에어로졸에서는 연초에는 없던 새로운 화학물질이 다수 검출됐고, 가열 코일에서 용출되는 미세 금속 입자는 만성 염증과 조직 손상을 유발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심혈관계 영향 역시 간과하기 어렵다. 조 교수는 "전자담배 사용자는 비사용자에 비해 심근경색 위험이 높다는 연구 결과가 반복적으로 보고되고 있다"며 "특히 과거 흡연력이 있는 전자담배 사용자의 경우 위험 증가는 더 뚜렷하다"고 말했다. 니코틴이 혈압과 심박수를 높이는 직접적인 작용뿐 아니라, 에어로졸 입자가 혈관 내피 기능을 떨어뜨려 염증과 산화 스트레스를 유발하기 때문이다.
폐 건강에 미치는 영향도 확인되고 있다. 전자담배 사용자의 폐활량 지표는 비사용자보다 낮았고, 장기 추적 연구에서는 전자담배 사용이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발생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연초와 전자담배를 함께 사용하는 이중 사용자의 경우 위험도는 더 많이 증가했다.
금연을 위해 전자담배를 병행하는 방식에 대해서 조 교수는 "전자담배와 일반 담배를 함께 사용하는 경우 체내 독성 물질 노출은 줄지 않는다"며 "심혈관 질환 위험은 오히려 높아질 수 있다"고 했다. 전자담배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도 공식적인 금연 보조기기로 승인받지 못했다.
최근 등장한 초음파 전자담배나 합성 니코틴 제품 역시 안전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가열 방식이 달라졌을 뿐, 유해 알데히드 생성과 세포 독성이 확인됐다는 연구 결과가 보고됐다는 것이다. 합성 니코틴 제품은 지난해 말 법 개정으로 일반 담배와 동일한 규제를 받게 됐다.
조 교수는 "전자담배는 연초보다 나은 선택지가 아니라 또 다른 형태의 담배"라며 "건강을 지키는 방법은 어떤 담배를 고를지 고민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형태의 니코틴에서 벗어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담배는 중독성이 강해 개인의 의지만으로 끊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며 "금연을 결심했다면 의료진 상담과 약물 치료를 포함한 전문적인 금연 프로그램을 활용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한편 서울아산병원 가정의학과에서는 금연 클리닉을 운영하며, 니코틴 의존도 평가와 맞춤형 치료를 통해 금연을 지원하고 있다.
조유선 서울아산병원 가정의학과 교수(서울아산병원 제공)
rnkim@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