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벽이 서 있다’ 중 에피소드 ‘시취’ 공연 사진. (사진=극단 프로젝트아일랜드)
12개 이야기를 간단히 훑어보는 것만으로도 만만치 않은 여정이다. 하지만 공연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보게 된다. 평범하면서도 기발하고, 심각한데 웃기고, 진지하지만 엉뚱하다. 가볍지 않은 주제와 줄거리를 무겁지 않게 다루는 솜씨는 겸손하게까지 보일 지경이다. 평범해 보이는 일상에서 때로는 지독하고, 때로는 우스꽝스러운 본질을 생각하게 하고, 비일상 속에서도 뼈저린 현실을 바라보게 해준다. 배우들은 주제를 정하지 않고 자유롭게 글을 쓰고, 연출은 각양각색으로 써진 작품에서 공통의 지점을 발견하여 ‘벽’이라는 은유로 묶었다고 한다. 그 결과물로 탄생한 ‘벽이 서있다’는 사람과 사회 사이의 벽, 사람과 사람 사이의 벽, 내 안의 벽을 고찰하게 하는 재미난 만물상 같은 작품이다.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단편들이 어느새 ‘현대인’이라는 커다란 표상으로 하나가 되어 떠오르는 느낌은 프로젝트아일랜드가 공연했던 ‘두 코리아의 통일’을 생각나게 한다. 옴니버스 공연에 대한 경험과 확신이 도움이 되었으리라. 한편 배우들은 대체로 자신이 쓴 글이 아닌 다른 배우가 쓴 글에서 등장한다. 거리두기와 자기객관화를 이루는데 도움이 됐을 것이며, 타인을 이해하고자 한 실질적인 노력이었다. ‘벽이 서있다’를 통해 창작의 과정마저 ‘벽’을 마주하고, ‘벽’을 부수어보려는 작품을 완성해낸 프로젝트아일랜드의 시도가 흥미롭다.
연극 ‘벽이 서 있다’ 에피소드 중 ‘금요일’ 공연 사진. (사진=극단 프로젝트아일랜드)
연극 ‘벽이 서 있다’ 에피소드 중 ‘비혼식’ 공연 사진. (사진=극단 프로젝트아일랜드)
연극 ‘벽이 서 있다’ 에피소드 중 ‘유산’ 공연 사진. (사진=극단 프로젝트아일랜드)
‘제24회 김상열연극상’ 수상자 류주연 연출. (사진=김상열연극사랑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