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의 포화 속에서 문을 연 국회도서관 [김정한의 역사&오늘]

생활/문화

뉴스1,

2026년 2월 20일, 오전 06:00

대한민국 국회도서관 본관의 모습. 뉴스1 DB

1952년 2월 20일, 대한민국 현대사의 가장 비극적인 시기였던 한국전쟁의 한복판에서 대한민국 국회도서관이 그 첫걸음을 내디뎠다. 국회도서관은 민주주의의 토양인 '정보의 평등'을 실현하고자 했던 대한민국 의회의 의지가 집약된 공간이다.

임시수도였던 부산의 경남도청 무도관 한편, 단 3600여 권의 장서와 1명의 직원으로 시작된 이 작은 도서관이었다. 외형은 초라했지만, 자료 보관소 이상의 의미를 담은 국가 재건의 의지를 상징하는 기념비적 사건이었다.

전쟁 중 도서관을 개관한 것은 파격적인 결정이었다. 여기에는 두 가지 핵심적인 의도가 담겨 있었다. 국가의 기틀을 잡기 위한 법률 제정과 정책 수립에는 방대한 지식과 객관적 자료가 필수적이었다. 또한 전쟁으로 소실되어가는 민족의 기록과 문화를 보존하고, 전후 복구 시기에 필요한 지적 인프라를 미리 구축하려는 선구안적 조치였다.

개관 당시의 초라한 모습과 달리, 오늘날 국회도서관은 약 890만 권 이상의 장서와 방대한 디지털 데이터를 보유한 세계적 수준의 도서관으로 거듭났다. 1988년 여의도 현재 위치로 이전하며 명실상부한 '국가 지성의 심장'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이곳은 국회의원들의 입법 활동을 지원하는 본연의 임무를 넘어, 일반 국민에게도 지식의 문을 활짝 열어두고 있다. 특히 고문헌부터 최신 AI 관련 자료까지 아우르는 자료의 폭은 대한민국의 학술적 깊이를 대변한다.

1952년의 개관은 '펜은 칼보다 강하다'는 격언을 국가 차원에서 실천한 사례다. 포탄이 오가는 극한의 상황에서도 지식의 등불을 끄지 않았던 결단은, 대한민국이 전후 빠른 성장을 이룩할 수 있었던 보이지 않는 동력이 됐다.

acene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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