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나라(위), 번개장터 CI (사진=각 사)
앞서 롯데쇼핑 컨소시엄은 2021년 약 1100억원에 중고나라 지분 93.9%를 인수했다. 그중 롯데쇼핑은 계열사와의 시너지를 기대하며 300억원을 투자했고, 향후 중고나라 경영권 인수가 가능한 콜옵션도 확보했다. 하지만 지난해 롯데쇼핑은 콜옵션을 포기했다. 중고나라의 성장세 둔화와 롯데쇼핑과의 시너지 창출 한계에 따른 결과로 해석된다.
실제 롯데쇼핑은 편의점 픽업, 온·오프라인 연계 등을 시도했지만 가시적인 성과는 제한적이었다. 현재 중고나라와의 연계 사업은 중고나라 앱에서 세븐일레븐 택배 서비스를 연계하는 정도다. 추가적인 사업 계획도 없는 상태다.
번개장터도 최근 매각 주관사를 선정하며 본격적인 매각 절차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번개장터는 2022년 82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는데, 신세계그룹의 기업형 벤처캐피털(CVC) 시그나이트파트너스는 당시 신규 투자자로 참여한바 있다. 당시 신세계는 “계열사와의 시너지 창출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업계에선 번개장터의 이번 매각 논의에 대해 사실상 투자자들의 투자금 회수(엑시트) 국면으로 해석한다. 신세계는 과거 번개장터와 오프라인 팝업 입점, 신세계인터내셔날(031430) 온라인몰에서 한정판 스니커즈 판매 등의 협업을 진행했다. 하지만 현재는 번개장터와 연계 사업 계획이 뚜렷하게 드러나지 않고 있다.
다만 시그나이트 파트너스 측은 “앞으로도 시너지를 낼 수 있거나 고객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 아이템이 있다면 언제든 협업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리커머스 시장 자체는 성장세다.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에 따르면, 국내 중고거래 시장 규모는 2023년 26조원에서 지난해 43조원으로 성장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업계에서는 이런 성장세에도 불구하고 롯데와 신세계가 중고거래 플랫폼과의 시너지 창출에 한계를 느낀 것으로 보고있다. 한때 백화점 내 한정판 리셀(재판매) 존을 마련하며 ‘트렌디한 공간’이라는 이미지를 더하고 일부 고객 유치에도 효과가 있었지만 시범 운영에 그치는 등 한계가 있었다. 품질 보증이나 검수, 애프터서비스(AS), 반품 등 관리해야 할 부분이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아울러 자사 채널에 입점한 브랜드 입장을 고려한 행보라는 분석도 나온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중고거래 플랫폼과 연계해 백화점·아울렛 등에서도 중고 상품을 판매할 수 있겠지만, 입점 브랜드사 입장에선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동일 브랜드의 신제품과 중고상품을 같은 채널에서 판매하면서 브랜드 가치 하락에 대한 불만이 있었을 것이란 설명이다.
명품 소비의 구조 변화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팬데믹 당시엔 온라인 명품 플랫폼에서 중고명품을 비롯한 명품 소비가 발생했지만, 엔데믹 이후엔 온라인 명품 소비가 둔화했다. 현재는 명품 소비가 VIP 고객을 중심으로 백화점 등 오프라인에서 이뤄지고 있어 명품 소비 추세가 바뀌고 있다는 설명이다. 백화점 입장에선 중고사업을 연계할 이유가 사라진 셈이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백화점 등을 보유한 유통대기업은 새 상품 유통이 핵심인 만큼 기존 사업과 리커머스 비즈니스 모델이 충돌할 수 있다”면서 “중고거래 시장의 높은 성장성으로 수요가 많을 때 매각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