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칼로막베스'에서 김호산(앞)과 김준수(옐로밤 제공)
테스토스테론이 끓어 넘치는 120분이었다. 기세등등한 근육맨들의 등장으로 막을 연 무대는, 맨몸으로 거칠게 부딪히는 액션과 끊임없이 장검을 휘두르고 막아내며 베어내는 검투극으로 쉼 없이 질주한다. 그야말로 피와 땀이 흥건한 무대였다.
연극 '칼로막베스'가 지난달 27일 서울 중구 국립극장 하늘극장에서 개막했다. 올해 창단 20주년을 맞은 극공작소 마방진이 2010년 초연한 후 16년 만에 다시 선보이는 작품이다. 셰익스피어의 고전 '맥베스'를 고선웅 연출 특유의 감각으로 해체하고 재조립했다. 고선웅은 원작의 중세 스코틀랜드를 범죄자들이 들끓는 미래 도시 '세렝게티 베이'로 옮겨 왔다.
'칼로막베스'는 2010년 12월, 제47회 동아연극상을 받으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당시 심사위원들은 "속사포 같은 말과 경쾌한 몸놀림을 중시하는 고선웅 작업의 정점을 찍은 작품"이라고 평했다. 이 작품은 무협 액션극답게 두 시간 동안 땀내 나는 신체 언어가 무대를 가득 채운다. 유머와 몸 개그도 양념처럼 섞어, 객석의 긴장을 능숙하게 조였다 풀었다 한다. "비극일수록 더 유쾌하고 에너지가 넘쳐야 볼 만해진다"는 고선웅의 제작론이 작품에 고스란히 스며 있다.
'칼로막베스' 공연 사진. 가운데 왼쪽이 '막베스' 역의 김호산.(옐로밤 제공)
개막 전부터 화제를 모은 건 김준수의 출연이었다. 그는 올해 1월 국립창극단을 퇴단한 뒤 이 작품으로 처음 연극 무대에 섰다. 이 '국악계 아이돌'은 탐욕의 화신 '레이디 맥베스' 역을 맡아 파격적인 변신을 보여 줬다.
5장에서 김준수가 등장하자 객석은 술렁거렸다. 빨간 가발과 스타킹, 헤어 리본까지 온몸을 '레드'로 장착한 모습은 광기를 상징하듯 강렬했다. 그가 남편 '막베스'(김호산 분)의 바투 깎은 머리에 입을 맞춘 뒤 "따가워"라고 말하거나, 대사를 창(唱)으로 풀어낼 때는 웃음이 터진다. 그러나 18장 '몽유병' 장면에서 "피비린내가 지워지지 않겠어, 어떡하지"라며 두 손을 세차게 비비는 연기는 욕망을 제어하지 못한 자의 파국을 설득력 있게 그려낸다.
초연에 이어 이번에도 막베스 역을 맡은 김호산 역시 인상적이다. 검도 5단·택견 3단 등 도합 10단의 무술 유단자답게 박력 있는 액션을 선보인다. '칼로 베느냐 마느냐' 망설이던 인물이 권력욕에 취해 거침없는 살육극을 벌이는 변모 과정도 입체적으로 보여 준다. 그리고 공연의 막바지, 인생의 허무를 토로하는 그의 독백은 쓸쓸한 여운을 남긴다.
온라인 관람평은 "무협과 셰익스피어의 만남이 세련되고 통쾌하다" "고전을 감각적으로 변주한 인상적인 작품" 등 대체로 호평이다. 다만 원형 구조의 무대 특성상 배우가 등을 보인 채 연기할 때는 속사포 대사가 또렷하게 들리지 않아 아쉽다.
'칼로막베스'는 오는 15일까지 국립극장 하늘극장에서 공연된다.
jsy@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