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필 (출처: Robert Richard Scanlan, 1838, Public domain, via Wikimedia Commons)
1788년 3월 5일, 영국 랭커셔에서 로버트 필(Sir Robert Peel)이 탄생했다. 두 차례의 총리를 지내며 오늘날 현대 민주 국가의 치안 시스템과 정당 정치의 기틀을 마련해 영국 정치사에 큰 족적을 남긴 인물이다.
필은 옥스퍼드 대학교를 거쳐 21세의 젊은 나이로 의회에 입성했다. 그의 가장 빛나는 업적은 1829년 내무장관 시절 단행한 '런던 수도경찰청'의 창설이다. 당시 영국은 범죄 증가에 시달렸으나, 군대를 투입해 진압하는 방식 외에는 뾰족한 대책이 없었다.
필은 "경찰은 시민이고, 시민이 곧 경찰이다"라는 철학 아래, 제복을 입었지만 무장하지 않은 경찰 조직을 조직했다. 이는 현대적 경찰 개념의 시초가 됐다. 군사력을 동원하지 않고도 질서를 유지할 수 있음을 증명한 그의 '필 원칙'은 전 세계 경찰 제도의 표준이 됐다.
정치적으로 필은 혁신적 보수주의자였다. 1834년 그는 '타무워스 선언'을 통해 과거의 특권에만 매몰되지 않고 시대의 변화를 수용하는 새로운 보수주의의 비전을 제시했다. 이는 현대 영국 보수당이 대중 정당으로 거듭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으며, 그는 '현대 보수주의의 아버지'라는 칭호를 얻었다.
그의 정치 인생에서 가장 치열했던 순간은 1846년 '곡물법 폐지'였다. 지주 계급의 이익을 대변하던 보수당의 수장이었음에도, 그는 아일랜드 대기근이라는 참상을 마주하며 노동자들의 빵값을 낮추기 위해 자유무역을 선택했다. 이 결단은 자신의 소속 정당을 분열시키고 그를 총리직에서 물러나게 만든 '정치적 자살'과도 같았으나, 영국의 경제적 번영과 사회적 안정을 이끄는 초석이 됐다.
당파적 이익보다 국가의 실익을 우선시한 그의 행보는 오늘날까지도 책임 있는 정치인의 표상으로 회자된다. 그는 1850년 낙마 사고로 생을 마감할 때까지 억압이 아닌 효율적인 행정으로, 선동이 아닌 합리적인 개혁으로 영국을 이끌었던 위대한 정치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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