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작별하지 않는다' 수상 배경은

생활/문화

뉴스1,

2026년 3월 27일, 오후 03:53

한강 작가© 뉴스1 박지혜 기자

한국인 최초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한강(56)이 또 한 번 쾌거를 이뤘다. 한강은 미국 최고 권위 문학상 중 하나인 전미도서비평가협회(NBCC)상 소설 부문을 수상했다.

전미도서비평가협회는 26일(현지 시각) 한강의 장편소설 '작별하지 않는다(We Do Not Part)'를 소설 부문 수상작으로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한강의 이번 수상은 이예원과 페이지 아니야 모리스의 공동 번역을 통해 호가스(Hogarth) 출판사에서 출간된 영어판의 문학적 성취를 미국 비평가들로부터 공식적으로 인정받은 결과다.

이날 발표자로 나선 전미도서비평가협회 소설 위원회 헤더 스캇 파팅턴은 "이 작품은 눈이 멀 것 같은 우울함, 황량한 날씨, 그리고 속삭이는 듯한 문장들로 이뤄진 결과물"이라며 "제주 4.3 사건의 여파로 남은 트라우마를 섬세하게 묘사한 스케치이자, 상실 속에서 창조와 진실을 밝히는 조명"이라고 소개했다.

시상식에 직접 참석하지는 못한 한강은 메시지로 수상 소감을 대신했다. 그는 "매우 영광"이라며 "저의 모국어인 한국어에서 영어로 '작별하지 않는다'가 건너갈 수 있도록 만들어 주신, 두 번역가인 이예원 님과 페이지 모리스 님의 놀라운 연결에 깊이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미국 측 편집자인 데이비드와 파리사를 비롯해 이 책을 위해 애써주신 모든 분에게 감사드린다"며 "호가스 팀 전체에도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고, 모든 정성을 다해 준 로렌스에게도 고마움을 전한다"고 전했다.

한강은 또 "7년 동안 이 책을 쓰는 동안 저를 도와주신 분들께 감사드리고 싶다"며 "수십 년 동안 공들여 온 제주 4.3 평화재단(조사연구소)의 노고에도 빚을 지고 있다"고 했다.

그는 "한국어판 원작의 두 편집자님께도 감사를 전한다"며 "그분들은 결코 '작별하지 않기로' 결심한 분들"이라고 말했다.

한강은 "불가능한 작별 대신, 그들은 끈질긴 애도 속에 머무는 것을 택했다"며 "그들은 칠흑 같은 밤의 바다 아래에서 촛불을 밝힌다, 여전히 우리 안에 있는 깜빡이는 빛을 믿고, 끈기 있게 그 빛을 쥐고 앞으로 나아가기를 소망한다, 여러분의 놀라운 지지에 깊이 감사드린다"고 말을 맺었다.

한강의 소설 '작별하지 않는다' © 뉴스1 황기선 기자


"'작별하지 않는다', NBCC 충분히 수상할 만한 작품"
전수용 한국문학번역원장은 뉴스1에 "한강 작가의 작품을 몇 편 읽어봤는데, 그중에서도 '작별하지 않는다'는 특히 완성도가 높은 작품이라고 느꼈다"고 말했다. 이어 "여러 겹으로 중복된 시선과 삶과 죽음,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를 넘나드는 서사, 섬세한 제주도 방언 등이 어우러져 깊은 울림을 주는 소설"이라며 "충분히 수상할 만한 작품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 작품의 공동 번역가 페이지 아니야 모리스는 2024년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당시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서 "한강의 작품은 한 세대의 한국 작가들에게 더 진실하고, 더 대담한 주제를 다루도록 영감을 주었다"며 "그는 검열과 체면을 중시하는 문화에 맞서 여러 차례 용감하게 맞섰고, 그러한 침묵의 시도들을 딛고 매번 더 강인하고, 더 타협 없는 작품으로 돌아왔다"고 언급한 바 있다.

한강은 1993년 '문학과사회' 겨울호에 시를 발표하고 이듬해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붉은 닻'이 당선되면서 본격적으로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인간 존재의 본질을 탐구하고 울림 깊은 표현력으로 국내외 독자와 평단에 호평받았다. 2024년에는 노벨 문학상도 품에 안았다.

이번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 수상작 '작별하지 않는다'는 제주 4·3 사건의 비극을 세 여자의 시선으로 그려낸 장편소설이다. 지극한 사랑과 기억의 끈질긴 힘을 다루고 있다. 프랑스 메디치 외국문학상과 에밀 기메 아시아 문학상을 휩쓴 데 이어, 이번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 수상은 북미 시장에서도 한강 특유의 섬세한 문체와 보편적인 인류애가 깊은 울림을 주고 있음을 입증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한편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은 퓰리처상 및 전미도서상과 함께 미국 문단에서 가장 권위 있는 문학상 중 하나로 인정받고 있다. 전년도 미국에서 영어로 출간된 최고의 책을 선정해 상을 주며, 1976년 첫 시상이 이뤄졌다. 소설, 논픽션, 전기, 회고록/자서전, 시, 비평 등 6개 주요 카테고리로 나눠 수상작을 정한다.

한국 작가로는 지난 2024년 김혜순 시인이 시집 '날개 환상통' 영어 번역본으로 시 부문상을 수상했다.

js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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