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레이스 앤 리 “전래동화 속 호랑이, 오케스트라로 풀어냈죠”

생활/문화

이데일리,

2026년 3월 31일, 오후 07:40

[이데일리 손의연 기자] “트롬본과 튜바 등 낮은 음의 금관악기, 저음의 현악기로 ‘어흥’하는 호랑이 울음소리를 표현했어요. 흥미롭게 들으실 수 있을 거예요.”

그레이스 앤 리가 3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진행된 이데일리와 인터뷰 중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방인권 기자)
3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N스튜디오에서 만난 작곡가 그레이스 앤 리(30)가 신곡 ‘호랑이의 파이프-호랑이 담배피우던 시절’에 대해 이같이 언급했다.

리 작곡가는 2026~2027년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국립심포니)의 상주작곡가다. 그는 ASCAP 미국 저작권협회 젊은 작곡가상(2023·2025년)을 두 차례 수상하며 해외에서 먼저 주목 받았다.

국립심포니가 1일 ‘예술의전당 교향악축제’에서 초연하는 ‘호랑이의 파이프-호랑이 담배피우던 시절’은 리 작곡가의 국내 데뷔곡이다. 그는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한국적 소재를 찾던 중 어린 시절 읽은 전래동화의 단골 서두인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이라는 표현에서 영감을 얻었다”며 “이를 가지고 나만의 전래동화를 써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호랑이의 파이프’는 장난기 어린 동화 속 호랑이의 모습으로 시작해, 산세를 누비는 ‘산군’(山君) 호랑이의 여유로운 면모를 그려낸다. 후반부는 웅장하고 전투적인 호랑이의 이미지를 떠올리게 하며 축제 같은 피날레와 호랑이의 마지막 포효로 마무리한다.

리 작곡가는 “우리말로 ‘신명나게’라고 표기한 부분이 있는데, 오케스트라가 ‘상모 돌리는’ 이미지가 겹쳐 보일 정도로 축제적인 분위기를 표현해주셔 다”며 “로베르토 아바도 지휘자와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제 곡을 잘 이해해주시고 원하는 걸 100% 다 구현해주셔서 굉장한 선물을 받은 기분”이라고 말했다.

그레이스 앤 리가 3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진행된 이데일리와 인터뷰 중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방인권 기자)
중학생 시절 미국으로 이주한 리 작곡가는 최근 한국적 정체성을 주제로 전통 설화와 국악을 접목하며 자신의 음악 세계를 확장하고 있다. 특히 한국적인 요소를 오케스트라 선율로 풀어내는 데 집중하고 있는데, 이러한 배경엔 유년 시절 해금을 배웠던 경험이 자리하고 있기도 하다.

리 작곡가는 “대중이 현대음악을 어떻게 더 쉽게 느낄 수 있을지 고민을 많이 했고, 그래서 우리 모두가 공감할 수있는 주제나 이미지를 음악으로 재해석해왔다”며 “국악을 접목한 시도를 하는 것도 국악을 접했던 나의 경험을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그런 작업의 연장선이다”고 설명했다.

리 작곡가는 ‘한국적 정체성을 서양 관현악법으로 세련되게 구현하는 작곡가’라는 평을 받고 있다. 이에 대해선 “너무 거창한 표현이지만 감사드리고 좋은 곡으로 기대에 부응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며 “단순한 주제일지라도 듣는 이들이 묵직한 깊이감을 느낄 수 있는 음악을 보여 드리겠다”고 말했다.

이어 “오랜 꿈이 국악을 접목한 오케스트라 작품을 만드는 것이었고 국립심포니 상주작곡가가 꿈을 시도할 수 있는 계기가 돼 감사드린다”며 “이번 ‘호랑이의 파이프’를 시작으로 국립심포니를 해외에 홍보하고 싶은 꿈도 있다”고 활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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