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전쟁 불똥에 동남아 관광시장도 ‘불똥’

생활/문화

이데일리,

2026년 4월 05일, 오전 09:40

[이데일리 강경록 여행전문기자] 중동 전쟁의 여파가 동남아 관광시장으로 번지고 있다.항공 노선과 유가, 여행 심리를 동시에 흔들면서 태국과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같은 관광 의존 국가들이 직접적인 타격을 받고 있다. 중동 전쟁의 여파가 동남아시아 경제의 심장인 관광 산업을 뿌리째 흔들고 있는 셈이다. 이는 단순히 여행객이 줄어드는 것을 넘어 기름값 급등과 항공 노선 마비가 겹치면서 동남아 실질 경제 전체에 비상등이 켜진 모습이다.

태국 송크란 축제(사진=하나투어)
◇관광 대국 ‘태국’도 목표치 600만명 낮춰

태국 관광청(TAT)은 올해 외국인 관광객 유치 목표치를 기존보다 약 18% 낮춘 3000만~3400만 명으로 최근 공식 발표했다. 당초 ‘관광이 다시 살아나는 해’로 정하고 기대했던 수치에서 무려 600만 명 이상의 관광객이 사라진 셈이다.

TAT는 이번 목표 하향의 이유로 ▲중동과 유럽 등 주요 시장의 여행 심리 위축 ▲항공유 부족에 따른 비행기 노선 감축 ▲계속되는 기름값 불안정을 꼽았다. 특히 태국 정부가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공을 들여온 ‘의료 관광’ 분야의 타격이 매우 크다. 방콕 범룽랏 병원 등 대형 종합병원을 찾던 중동 부유층의 발길이 뚝 끊기면서 높은 수익을 주던 관광 수입이 급격히 말라가고 있기 때문이다.

태국 전체 경제의 약 12%를 차지하는 관광업의 부진은 경제 전체가 장기 침체로 빠져드는 속도를 높일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TAT 관계자는 “이번 전망치조차 중동 전쟁이 앞으로 3개월 안에 진정될 것이라는 낙관적인 예상에 바탕을 둔 것”이라며 “전쟁이 길어질 경우 관광객 수가 2000만 명대까지 떨어지는 최악의 상황도 올 수 있다”고 말했다.

◇‘하늘길’ 막히고 항공료는 ‘폭등’

관광업의 핏줄 역할을 하는 항공 노선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이란 전쟁 이후 주요 바닷길의 긴장이 높아지고 중동 하늘길이 막히면서 세계 항공사들은 앞다투어 노선을 줄이거나 운항을 멈추고 있다. 유럽과 동남아를 잇는 비행기가 중앙아시아나 아프리카 남쪽으로 크게 돌아가면서 비행시간은 3~5시간 이상 늘어났고, 이는 그대로 ‘전쟁 할증료’라는 이름의 가격 인상으로 이어졌다.

중동 관광객에 크게 의존하던 주변 나라들도 연쇄적으로 타격을 입고 있다. 말레이시아 관광청에 따르면 지난달 입국한 중동 관광객은 1년 전보다 40.3%나 줄었다. 중동 맞춤형 관광의 중심지를 자부하던 인도네시아 역시 전쟁 여파로 외국인 관광객이 크게 줄면서 관광 수지가 갈수록 나빠지는 직격탄을 맞았다.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동남아에 기름값 급등은 단순한 물가 상승 이상의 공포다. 태국 정부는 치솟는 디젤 가격을 억제하기 위해 관광을 살리려던 예산을 에너지 보조금으로 돌려 막는 비상 대책까지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관광 시설 투자와 해외 홍보가 뒷전으로 밀리면서 관광 대국으로서의 경쟁력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내 소비 시장 역시 찬바람이 불고 있다. 태국 정부는 현지인들의 국내 여행 목표치마저 3% 낮게 잡았다. 견디기 힘든 고물가와 금리 인상 압박에 시달리는 현지인들이 지갑을 닫으면서, 외국인 관광객의 빈자리를 국내 소비로 채우려던 계획도 차질을 빚고 있다.

여행업계 전문가들은 “동남아 관광 산업은 코로나의 긴 터널을 지나 이제 막 기지개를 켜려던 순간에 ‘전쟁’이라는 큰 벽을 만났다”며 “항공료 안정화 등 국가 차원의 통합 대책 본부가 제대로 움직이지 않는 한, 아시아 관광 시장의 겨울은 생각보다 훨씬 길고 추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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