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연옥' (뉴스1 제공)
단테는 지옥을 '모든 희망을 버려야 하는 곳'이라 묘사했다. 오늘날 많은 이가 "은퇴는 곧 지옥"이라 부르며 절망하지만, 이 책은 전혀 다른 시각을 제시한다.
은퇴 후 60대를 전후한 10년의 과도기는 절망의 지옥이 아니라, 정화와 성장을 통해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연옥'(Purgatory)이라는 분석이다. 고통스럽지만 끝이 있으며, 준비 여하에 따라 천국으로 진입할 수 있는 희망의 장소라는 뜻이다.
투자 전문가이자 은퇴 전문가인 저자 김경록은 한국 베이비부머가 처한 현실은 냉혹하다고 진단한다. 늦은 취업과 빠른 정년, 자녀 양육과 부모 간병을 동시에 짊어지는 '더블 케어', 그리고 퇴직과 동시에 단절되는 인간관계가 이들을 연옥의 불길 속으로 밀어 넣는다는 것이다.
법정 정년은 60세지만 실제 은퇴 연령이 69세까지 밀리는 기형적 구조 속에서, 준비되지 않은 노후는 돈·일·관계라는 세 가지 굴레에 갇혀 신음한다. 특히 관계의 단절은 정서적 고립을 넘어 심각한 사회적 생존 위기로 이어진다.
'은퇴연옥' (뉴스1 제공)
저자는 은퇴연구소장으로서의 전문성, 그리고 실제 은퇴 후 4년간 겪은 처절한 고민을 이 책에 압축했다. 평온한 노후로 연착륙하기 위해 제안하는 '12가지 서바이벌 전략'은 네 개의 핵심 추진 엔진으로 요약된다.
첫째, 삶의 철학(PAR) 엔진은 새로운 페르소나를 설정하고 관계를 재구성하는 힘이다. 둘째, 실행 전략(SOC) 엔진은 자원의 한계를 인정하고 선택과 집중을 통해 삶을 최적화하는 기술이다. 셋째, 자산 관리(TIP) 엔진은 세금과 인컴, 물가를 통제하여 실질 소득을 수호하는 원칙이다. 마지막으로 부부 관계(SSS) 엔진은 공간과 공감을 바탕으로 노후의 베이스캠프를 구축하는 전략이다.
후진국에서 태어나 선진국에서 퇴직하지만 정작 갈 길을 잃은 세대에게 이 책은 단순한 조언을 넘어 실질적인 가이드 역할을 한다.
김경록은 "은퇴는 삶의 종착역이 아니라 새로운 '멀티버스'로 진입하기 위한 필수적인 정화 과정이다"며 "막연한 두려움을 버리고 이 전략을 체득한다면, 연옥의 가파른 비탈길은 오를수록 평탄한 안식처로 변모할 것"이라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한다.
△ 은퇴연옥/ 김경록 글/ 뉴스1/ 1만 8000원
acenes@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