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아동청소년도서협의회(IBBY)는 13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볼로냐에서 개막한 볼로냐 아동도서전에서 시상식을 열고, 안데르센상 글 부문 수상자로 영국 작가 마이클 로젠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최종 후보에는 이 작가를 비롯해 이란의 아마드 아크바푸르, 칠레의 마리아 호세 페라다, 프랑스의 티모테 드 퐁벨, 미국의 팜 무뇨스 라이언 등 6명이 올랐다.
로젠은 30여 년간 세계 어린이 독자들에게 사랑받아온 작가로, ‘곰 사냥을 떠나자’를 비롯해 ‘내가 가장 슬플 때’ 등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일상의 언어로 감정을 포착하는 작품 세계를 통해 폭넓은 공감을 이끌어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작가는 수상자 발표 직후 국제아동청소년도서협의회 한국위원회를 통해 “늦은 시간까지 결과를 함께 지켜봐 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비록 기대에 부응하는 소식을 전하지는 못했지만, 보내주신 응원과 격려를 오래 마음에 새기겠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어린 시절 동화에서 위로와 희망을 얻었던 경험이 글쓰기로 이어졌다”며 “그 가치를 독자들과 나누고자 작품을 써왔다”고 말했다. 또 “글을 쓰는 과정은 어린 시절의 나를 치유하는 시간이었고, 그 속에서 작가로서뿐 아니라 한 사람으로서도 성장할 수 있었다”며 “그런 점에서 결과와 상관없이 이미 충분한 보람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그는 두 차례 최종 후보에 오른 경험을 언급하며 “한국 아동·청소년 문학에 대한 세계 독자들의 관심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의미를 짚었다. 이어 “앞으로도 어린이와 청소년에게 위로와 희망을 건네는 이야기를 즐겁게 써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이금이 작가(사진=국제아동청소년도서협의회 한국위원회).
이 작가는 2024년에 이어 올해까지 두 차례 연속 글 부문 최종 후보에 오르며 한국 아동문학의 존재감을 다시 한 번 각인시켰다. 수상 자체는 불발됐지만, 우리 아동·청소년 문학이 주요 국제 무대에서 꾸준히 호명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성과로 평가된다. 특히 우리말로 쓰인 청소년의 삶과 고민이 각국 언어로 번역돼 세계 독자와 직접 만나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1984년 단편동화 ‘영구랑 흑구랑’으로 등단한 이 작가는 ‘유진과 유진’을 계기로 청소년소설 분야를 대표하는 작가로 자리매김했다. ‘너도 하늘말나리야’, ‘소희의 방’ ‘숨은 길 찾기’ 등 이른바 ‘성장 3부작’을 통해 국내에서는 비교적 낯설었던 청소년소설 장르를 본격적으로 확장해왔다.
이후 ‘거기, 내가 가면 안 돼요?’를 시작으로 ‘알로하, 나의 엄마들’, 최근작 ‘슬픔의 틈새’로 이어지는 ‘여성 디아스포라 3부작’을 선보이며 역사적 경험과 개인의 서사를 결합하는 작업을 이어왔다. 특히 ‘슬픔의 틈새’는 일제강점기 사할린으로 이주한 한인들의 삶을 다루며, 집단의 기억과 상실의 문제를 섬세하게 풀어냈다.
이 작가는 14일 볼로냐 현지에서 아동청소년문학 평론가 김지은과 함께 북토크 ‘사진 신부들은 왜 그 바다를 건넜을까’를 연다. 이 자리에서 작품 세계를 소개하며 해외 독자들과 만날 예정이다.
한편, 안데르센상은 덴마크 동화작가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1805~1875)을 기려 1956년 제정된 상이다. 2년마다 아동문학 발전에 기여한 작가를 글·그림 부문으로 나눠 시상한다. 한국에서는 2022년 이수지 작가가 그림 부문에서 수상하며 처음으로 이름을 올린 바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