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장기 엔진… 3년 시한부 슬롯 우려 씻어낼 것”

생활/문화

이데일리,

2026년 4월 15일, 오후 07:21

[이데일리 강경록 여행전문 기자]“우리는 단순히 슬롯(SLOT)을 지키기 위해 서울에 온 것이 아닙니다. 한국은 버진애틀랜틱의 미래를 이끌 가장 강력한 성장 엔진입니다.”

코넬 코스터(Corneel Koster) 버진애틀랜틱 최고경영자(CEO)의 일성은 단호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 과정에서 ‘대체 항공사’로 투입되었다는 시장의 관망세를 단숨에 일축한 것이다. 14일 인천국제공항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만난 그는 서울~런던 노선을 “오랜 시간 공들여 준비한 전략적 요충지”로 정의하며, 한국 시장에 대한 장기적 투자 의지를 피력했다.

코넬 코스타 버진애틀랜틱 최고경영자
◇‘3년 시한부’ 꼬리표 떼나…“장기 생존 자산 충분”

시장의 시선은 여전히 냉랭하다. 이번 취항은 영국 경쟁당국(CMA)이 양사 합병 조건으로 내건 ‘시정조치’의 산물이다. 버진애틀랜틱이 향후 3년 내 적정 운항 횟수를 채우지 못하거나 수익성 악화로 손을 뗄 경우 슬롯을 반납해야 하는 ‘조건부 면허’ 성격이 짙다.

이에 대해 코스터 CEO는 “항공업은 변동성이 크지만 우리는 네트워크와 생산성 개선에 능숙하다”며 “3년이라는 숫자에 매몰되지 않고 10년, 20년 뒤를 보고 있다”고 반박했다. 단순히 등 떠밀려 들어온 시장이 아니라 자발적 의지로 장기 점유율을 확보하겠다는 배수진이다.

고유가와 러시아 영공 우회에 따른 ‘고비용 저효율’ 구조는 가장 큰 걸림돌이다. 런던행 비행시간이 14시간 30분까지 늘어나며 연료비와 인건비 부담이 가중된 상태다. 데이브 기어(Dave Geer) 최고운항책임자(COO)는 “과거 도쿄나 홍콩 등 아시아 노선 철수 경험을 통해 얻은 교훈을 서울 노선 설계에 모두 쏟아부었다”고 강조했다.

그가 제시한 해법은 ‘대한항공과의 적과의 동침’이다. 기어 COO는 “대한항공과의 코드셰어(공동운항)를 통해 일본 등 동북아 16개 이상의 주요 도시를 연결하는 체계를 완성했다”며 “이미 환승 선예약 고객만 9000명에 달할 정도로 수요 기반이 탄탄하다”고 설명했다. 런던~인천 단일 구간의 출도착 수요에만 매달리지 않고, 대한항공의 인프라를 지렛대 삼아 동북아 전체의 환승 수요를 빨아들여 늘어난 운영 비용을 상쇄하겠다는 전략이다.

14일 인천국제공항에서 열린 ‘버진애틀랜틱 인천~런던 신규 취항 기념 미디어 컨퍼런스’. (왼쪽부터)코넬 코스터 버진애틀랜틱 최고경영자, 양경수 한국관광공사 국제관광본부장, 김벙호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직무대행, 베이브 기어 최고운항책임자 (사진=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게임 체인저’인가, ‘단기 대타’인가

여객이 채우지 못하는 수익의 빈틈은 화물(Cargo)이 메운다. 버진애틀랜틱은 이번 노선에 투입되는 보잉 787-9의 화물 적재 능력을 최대치로 활용한다는 복안이다. 코스터 CEO는 “편당 최대 15t에 달하는 하이테크 화물 수요를 이미 확보했다”고 밝혔다. 한국발 반도체와 데이터센터 부품, K-뷰티 물량 등 고부가가치 품목을 집중 공략해 여객 탑승률에 관계없이 일정 수준 이상의 기본 매출을 확보하겠다는 계산이다.

버진애틀랜틱은 모든 비행편에 한국인 승무원을 배치하고 한식 기내식을 도입하는 등 국적기 수준의 현지화 서비스로 승부를 걸었다. 하지만 업계의 평가는 냉정하다. 대한항공이 합병 이후에도 경쟁자인 버진애틀랜틱에 환승객을 얼마나 성실히 몰아줄지, 그리고 고운임 기조 속에서 가격 경쟁력을 얼마나 유지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코스터 CEO는 “서울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며 런던을 넘어 뉴욕, LA 등 자사의 강력한 대서양 노선 연결성을 강조했다. 합병 국면이 만들어낸 좁은 문을 통과한 버진애틀랜틱이 3년 뒤에도 한국 하늘길의 ‘게임 체인저’로 남을 수 있을지, 시장은 그들의 실적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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