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생·도파민 중독·AI…19명 작가가 바라본 한국의 현실

생활/문화

이데일리,

2026년 4월 15일, 오후 10:57

[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아직 안 늦었어요. 지금부터라도 열심히 해야죠.”

“형님요. 지금부터라도 정신 바짝 차리고 열심히 공부하세요. 수진이 성적으로 갈 수 있는 최대치의 학교를 찾아내는 게 엄마가 할 일이니까.”(김유담 ‘엄마의 역할’ 中)

계엄, 인공지능(AI), ‘갓생’(타인의 모범이 되는 삶) 등 지금 한국 사회를 설명하는 키워드들이 소설로 쓰였다. 문화일보 연재 기획을 바탕으로 엮은 ‘2026 소설, 한국을 말하다’(은행나무)에서다.

책은 단순한 창작 모음집이 아니라, 문학을 통해 한국 사회의 균열과 그 속의 감정을 짚어내는 일종의 ‘사회 보고서’다. 성해나·정용준·안톤 허 등 19인의 참여 작가들은 불평등과 양극화, 세대 갈등, 노동과 생존의 문제 등 동시대 한국이 마주한 구조적 현실을 서사로 풀어냈다. 특히 개인의 일상에 스며든 불안과 고립, 관계의 해체를 통해 거대한 사회 문제를 짚는다.

1부는 개인의 삶에 밀착한 이야기들로 채워졌다. ‘갓생’이라는 이름 아래 끊임없이 자신을 증명해야 하는 삶, 죽음마저 콘텐츠로 소비되는 시대의 감각, 드러낼 수 없는 감정과 관계 속에서 흔들리는 개인의 내면을 담았다.

2부는 가족이라는 가장 사적인 공동체를 통해 한국 사회의 구조를 비춘다. ‘7세 고시’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통용되는 현실, 자녀의 입시를 위해 자신의 삶을 소진하는 부모, 아이를 둘러싼 기대와 불안이 교차하는 장면들은 낯설지 않기에 더욱 날카롭다.

3부에서는 사회와 맞닿은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계엄과 대선을 둘러싼 정치적 긴장, 전세 사기와 같은 구조적 문제, 번역가의 삶을 통해 드러나는 문학의 위상 등이 서사의 중심에 놓인다.

작품들은 단순히 ‘무슨 일이 있었는가’를 묻기보다 ‘그 일이 우리에게 무엇을 남겼는가’를 되묻는다. 결국 책이 말하는 것은 ‘지금 한국에서 살아간다는 것’의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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