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 첸 "다시 태어나도 바이올리니스트…우주 통틀어 가장 좋은 길이죠"

생활/문화

뉴스1,

2026년 4월 16일, 오후 05:13

바이올리니스트 레이 첸© Decca Records(롯데문화재단 제공)
"다시 태어나서 무엇이든 선택할 수 있다고 해도, 저는 여전히 바이올리니스트로서 음악과 함께하는 삶을 선택할 겁니다. 5년 전이었다면 다른 대답을 드렸겠지만, 이제는 확신할 수 있습니다. 이 길이 우주를 통틀어 가장 좋은 길이라고요."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 레이 첸(37)은 또 한 번의 생(生)이 주어져도 예술가로 살겠다며 "이것과 바꾸고 싶은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했다. 활자를 통한 답변이었지만, 음악에 대한 그의 견고한 애정이 전해졌다. 내한 독주회를 앞두고 최근 뉴스1과 진행한 서면 인터뷰에서다.

레이 첸은 오는 6월 4일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리사이틀을 연다. 1부에서는 모차르트 바이올린 소나타 제32번과 그리그의 바이올린 소나타 제3번을 연주한다. 이어 2부에선 바흐 무반주 바이올린 파르티타 제3번 중 주요 발췌곡과 사라사테 작품들을 들려준다.

공연에서 주목해야 할 포인트를 묻자 "프로그램을 구성할 때 항상 염두에 두는 목표는 바이올린이 표현할 수 있는 모든 범위를 탐구하는 것"이라며 "이번 무대도 다양한 스타일을 아우르고 있다"고 답했다. 이어 "저는리사이틀을 하나의 '코스 요리'와 같다고 생각한다"며 "관객들이 한자리에서 다양한 음악의 맛을 경험할 수 있도록 구성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레이 첸의 인스타그램 영상 캡처

'200만 팔로워' 클래식 인플루언서
대만에서 태어나 호주에서 자란 첸이 바이올린을 시작한 건 4세 때다. "네 살이 되기 전 부모님이 장난감 기타를 사주셨는데, 저는 왠지 모르게 그 기타를 턱 아래에 얹고, 젓가락을 활 삼아 이 '새로운 악기'를 연주하기 시작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 모습이 귀여웠는지 부모님께서 네 살 생일 선물로 진짜 바이올린을 사주셨고, 그 후로 이 악기가 인생의 목적이 되었다"고 했다.

그가 세계적 주목을 받은 계기는 2008년 예후디 메뉴힌 콩쿠르와 2009년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우승이다. 이후 런던 필하모닉, 로스앤젤레스 필하모닉, 베를린 방송교향악단 등 세계 유수의 오케스트라와 협연했다. 또 그라모폰 매거진이 선정한 '주목해야 할 연주자', 포브스의 '30세 이하 영향력 있는 아시아인 30인'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첸에게는 '21세기형 클래식 스타'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인스타그램·유튜브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팔로워가 총 200만 명에 달하고, 온라인에서 음악 교육과 대중 소통을 활발히 이어가고 있어서다. 비발디 사계 중 '겨울'을 연주하며 계절을 맞혀보라는 영상부터, 가수 아이유 앞에서 연주한 쇼츠, 파리의 한 슈퍼마켓에서 펼친 즉흥 공연까지 콘텐츠도 다양하다. 그의 SNS에는 "레이 연주를 볼 때면 동기부여를 받는다"는 댓글이 줄줄이 달린다.

그는 이와 관련해 "콘서트의 레퍼토리를 고를 때도, 영상을 만들 때도 늘 '이건 누구를 위한 것이고, 왜 사람들이 이걸 볼까'를 고민한다'"며 "결국 내가 누군가의 삶에 어떤 가치를 더할 수 있느냐는 질문으로 귀결되는데, 그게 어떤 분야에서든 가장 중요한 질문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레이 첸과 아이유(사진=레이 첸 인스타그램 캡처)

"음악 통해 긍정적인 변화 만들고파"
첸은 '토닉'(Tonic)이라는 애플리케이션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에 만든 앱으로, 전 세계 연주자들이 실시간으로 접속해 함께 연습하고 서로 격려하는 커뮤니티 플랫폼이다. 음악을 처음 배우는 학생부터 전문 연주자까지 다양한 이들이 참여하고 있다.

그는 "모든 수준의 음악가들이 온라인에서 라이브 연습 스튜디오를 열고, 다른 사람들이 들어와 이를 들을 수 있다"며 "동기 부여뿐 아니라 무대 공포증을 완화하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즉 토닉은 악기 연습 앱을 넘어, 음악인들이 연결되고 성장하는 격려와 배움의 장(場)인 셈이다.

젊은 음악가들에게도 메시지를 전했다.

"혼자인 것 같은 느낌이 들기 쉽지만, 지금 내가 느끼는 감정을 어딘가에서 똑같이 느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늘 기억하세요. 다른 이들과 연결될 때 언제나 더 나은 기분이 들고 시야도 넓어집니다. 지금은 온라인으로 얼마든지 쉽게 연결될 수 있어요. 그 감정들과 혼자서 싸우려 하지 마세요."

마지막으로 음악가로서 목표를 묻자 "세계를 여행하며 음악을 나누고 싶다는 바람에서, 음악을 통해 긍정적인 변화를 만들어내는 것으로 발전했다"며 "콘서트홀에서의 연주, 수백만 명이 보는 영상을 만드는 일, 사람들이 연습 과정을 공유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드는 것까지, 결국 음악의 힘으로 긍정적인 변화를 만들어내는 것이 제 목표"라고 했다.

'레이 첸 바이올린 리사이틀' 포스터(롯데문화재단 제공)


jsy@news1.kr

추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