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충사 충무공 고택 © News1 2012.10.16/뉴스1
1932년 6월 5일, 민족의 영웅 충무공 이순신의 영혼이 깃든 충남 아산의 현충사가 마침내 새로운 모습을 드러냈다.
전국 각지에서 모여든 3만여 명의 구름 같은 인파가 운집한 가운데 현충사 중건 낙성식과 영정 봉안식이 성대하게 거행됐다. 일제의 억압 속에서도 민족의 얼을 지키려는 조선인들의 뜨거운 염원이 마침내 결실을 본 역사적 순간이다.
현충사 중건은 1년 전인 1931년, 충무공의 묘소와 위토가 빚으로 인해 일본인의 손에 넘어갈 위기에 처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시작됐다. 동아일보를 비롯한 언론의 보도로 이 소식을 접한 조선인들은 큰 충격을 받았다. 이에 민족 지도자들을 중심으로 '이충무공유적보존회'가 조직되었고, 전국의 동포들이 자발적으로 성금을 보내기 시작했다.
코 묻은 돈을 들고 온 어린아이부터 전 재산을 내놓은 노인에 이르기까지,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답지한 성금은 국경과 계층을 초월한 민족적 연대의 상징이었다. 이렇게 모인 소중한 겨레의 성금으로 빚을 청산하고 유적을 지켜낸 것은 물론, 퇴락했던 사당을 당당하게 새로 중건하는 기적을 일구어냈다.
이날 행사의 백미는 청전 이상범 화백이 그린 충무공 영정의 봉안식이었다. 영정을 모신 가마(요여)를 중심으로 횃불과 깃발을 앞세운 거대한 행렬이 이어졌다. 그 뒤를 따른 수만 명의 군중은 숙연하면서도 감격에 찬 눈물로 충무공의 정신을 기렸다. 참석자들은 일제의 삼엄한 감시 속에서도 가슴속 깊이 민족적 자긍심과 독립을 향한 의지를 다졌다.
현충사 낙성식은 일제의 식민 지배 아래 압살당하던 조선 민족의 혼과 거룩한 생명력이 여전히 살아 숨 쉬고 있음을 천하에 증명한 일대 사건이었다. 가장 암울한 시기에 중건된 현충사는 우리 민족에게 국난 극복을 상징하는 영원히 꺼지지 않는 등대 역할을 하며 오늘날에 이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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