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이 인류를 구원한다는 착각' (동아시아 제공)
인공지능(AI)과 첨단 기술이 인류를 영원한 삶과 우주 정복으로 이끌 것이라는 실리콘밸리의 장밋빛 환상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책이 나왔다. 천체물리학자이자 과학 언론인인 애덤 베커가 쓴 이 책은 빅테크 억만장자들이 퍼트리는 '기술 구원론'의 실체를 날카롭게 파헤친 탐사 보도물이다.
가장 눈길을 끄는 대목은 AI 종말론의 대표 주자인 엘리에저 유드코스키와의 대화다. 그는 기계 지능이 인류를 멸망시킬 수 있다며 연구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으름장을 놓는다. 그러면서도 인류가 기계를 통해 영생을 누려야 한다는 모순된 주장을 펼친다. 저자는 이러한 모순이 단순한 개인의 착각이 아니라고 꼬집는다. 실리콘밸리를 지배하는 '장기론'과 '효율적 이타주의'가 실제로는 부자들의 권력을 지키기 위한 이데올로기라는 것이다. 미래의 가상 인류를 구한다는 명목으로 수조 원의 기부금을 굴리던 이들이 결국 대규모 금융 사기를 저지른 사건이 대표적이다.
책은 과학적 검증을 통해 그들의 비전이 얼마나 허황된 것인지 증명한다. 인류의 미래를 컴퓨터에 업로드하거나 우주 식민지를 건설한다는 계산법은 과학이 아니라 종교적 신앙에 가깝다는 지적이다.
이 책은 AI와 반도체 경쟁이 치열한 한국 사회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국내 기술 정책이나 스타트업 문화 역시 실리콘밸리의 사상을 그대로 수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인류가 마주한 기후 변화와 빈곤, 불평등은 더 뛰어난 기술을 개발한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이는 사회 구성원 간의 합의와 공정함이 필요한 정치적 문제이기 때문이다.
소수의 거물이 미래의 틀을 독점하게 두어서는 안 된다. 미래는 정해진 운명이 아니라 평범한 우리의 손으로 직접 열어가는 열린 공간이어야 한다. 부의 독점이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지금, 이 책은 기술 맹신에 빠진 우리에게 깊은 경종을 울린다.
△ 기술이 인류를 구원한다는 착각/ 애덤 베커 글/ 박주용 옮김/ 49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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