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인이 되살려낸 왕의 공간…덕수궁 즉조당서 특별전

생활/문화

이데일리,

2026년 6월 08일, 오후 08:34

[이데일리 손의연 기자] 고종이 아관파천 이후 집무 공간으로 사용했던 덕수궁 즉조당에 장인의 손길로 재현한 궁궐 집기들이 돌아왔다. 왕이 앉았던 평상부터 경상, 병풍까지 당시의 생활상을 생생하게 엿볼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됐다.

신선이 서울시 무형유산입사장(왼쪽), 권오창 전통회화 화백이 8일 서울 중구 덕수궁 즉조당에서 열린 '장인의 손과 도구를 만나다' 언론공개회에 참석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국가유산청 궁능유적본부 덕수궁관리소와 아름지기는 9일부터 21일까지 서울 중구 즉조당에서 특별전 ‘장인의 손과 도구를 만나다’를 연다. ‘궁궐 전각 내부 집기 재현사업’을 통해 2018~2021년 제작된 즉조당 내부 집기 11종 14점을 볼 수 있다.

즉조당에 들어서면 왕이 앉았던 ‘평상’이 가장 먼저 눈에 띈다. 국립고궁박물관의 소장품을 참조해 정수화(국가무형유산 칠장), 권우범(경기무형유산 소목장), 안이환·허대춘(두석장)이 제작했다. 평상 앞에 놓인 ‘경상’ 역시 국립고궁박물관 소장 ‘주칠경상’을 참조해 만들어졌다. 평상 뒤 존재감을 내뿜는 ‘백수백복도 병풍’은 김태자(국가무형유산 자수장 전승교육사), 박진우 서예가, 전통문화연구소 온지음 옷공방, 상문당 등이 함께 만든 것이다.

홍정현 아름지기 이사장은 “궁궐의 생활모습을 생생하게 재현하고, 전통 장인들이 이런 기회를 통해 최고 수준의 공예기술을 보여주도록 하기 위한 취지”라고 설명했다.

전시는 재현 집기의 제작·보수 과정도 조명한다. 2025~2026년 보수된 철제은입사촛대와 일월오봉병의 작업 과정 등 영상 3편, 제작·보수에 참여한 최교준 서울시 무형유산 입사장 보유자 등 장인 3명의 작품 7점과 작업 도구를 살펴볼 수 있다.

8일 서울 중구 덕수궁 즉조당에서 '장인의 손과 도구를 만나다' 전시를 앞두고 철제은입사촛대 등 재현 집기 14점이 놓여 있다. (사진=뉴스1)
이번에 보수한 즉조당의 철제은입사촛대는 최교준 입사장 보유자가 제작한 것으로, 그의 제자인 신선이 서울시 무형유산 입사장 이수자가 함께 보수 작업에 참여했다. 신 이수자는 “보수는 굉장히 어려운 작업이라 망설이기도 했지만 스승님의 작품이기 때문에 맡겠다고 했다”며 “계속 고민하다 보면 어느 순간 만든 사람의 미감과 의도가 보이는데, 보존하면서 보수한다는 생각으로 작업했다”고 말했다.

일월오봉병은 권오창 화백이 제작에 이어 보수까지 맡았다. 권 화백은 “복원도 중요하지만 그 전에 보관과 관리가 중요하다”며 “관람객들이 작품의 좋은 모습을 오래 보실 수 있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덕수궁 입장객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매시 정각마다 안내해설사의 인솔에 따라 즉조당 안으로 들어가 전시를 관람할 수 있다. 오는 16일에는 신선이 이수자의 해설을 직접 들을 수 있는 ‘전통 장인과의 만남’도 예정돼 있다.

덕수궁관리소 관계자는 “이번 특별전을 통해 전통기술로 재현한 집기류가 다시 보수되기까지의 생애주기를 이해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며 “앞으로도 궁궐이 살아있는 문화유산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다양한 기회를 지속적으로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추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