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뒤흔든 애니메이션…문체부 제작지원·인재양성·제도개편에 속도 낸다

생활/문화

뉴스1,

2026년 6월 12일, 오후 07:51

현장에서는 AI를 단순한 제작 도구가 아니라 산업 구조와 인력 양성 방식을 동시에 바꾸는 변수로 규정했고, 제작지원 개편과 교육혁신, 고용 보완, 제도 정비를 함께 추진해야 한다는 주문이 이어졌다.
"얼마나 쓰느냐의 차이지 모두가 인공지능(AI)을 씁니다. 현장도 대학도 큰 변화를 겪고 있습니다. 중국의 성장세는 무섭습니다. 아직 한국 애니메이션도 기회가 있습니다. 이를 위한 정책을 새로 짜야 합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애니메이션 산업을 웹툰과 분리한 독립 분과에서 처음으로 다루면서, 인공지능(AI) 확산이 업계와 교육 현장에 가져온 변화를 본격적인 정책 의제로 올렸다. 현장에서는 AI를 단순한 제작 도구가 아니라 산업 구조와 인력 양성 방식을 동시에 바꾸는 변수로 규정했고, 제작지원 개편과 교육혁신, 고용 보완, 제도 정비를 함께 추진해야 한다는 주문이 이어졌다.

문체부는 12일 오후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문화예술정책자문위원회 애니메이션 분과 3차 회의를 열고 애니메이션 산업 현안과 향후 정책 방향을 논의했다. 이번 회의는 애니메이션 분야를 별도 분과로 독립 운영한 뒤 처음 열린 자리로, 현장에서는 산업 구조 변화에 맞춘 보다 정밀한 지원 체계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집중됐다.

"1인 창작으론 한계, 기업형 시스템 묶어야"… 새로운 영토도 확장 시급
참석자들은 AI가 애니메이션 제작의 속도와 방식, 협업 구조를 동시에 바꾸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정주원 마테오AI스튜디오 대표는 “1인 창작도 중요하지만 1인이 할 수 있는 산업 규모와 프로덕션이 할 수 있는 산업 규모는 너무 다르다”며 “팀으로 모여야만 산업이 커진다”고 말했고, 한창완 세종대 교수는 “한국 애니메이션이 돌파구를 찾으려면 AI를 활용한 신진 인력으로 다음 단계 전환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AI 업계는 사람이 없어 못 뽑는 분야지만, 단순히 기술을 잘 다루는 사람이 아니라 컷을 볼 수 있고 미감과 연출력이 있는 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잘하는 사람들이 각자 흩어지면 프로젝트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며 “기업으로 크려면 사람을 모으고 경영과 제작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했다.

한 교수는 “기존 극장용 장편, TV 시리즈, OTT용 애니메이션만 보고 가면 이미 중국, 할리우드, 일본이 자리 잡은 시장을 뚫기 어렵다”며 “숏폼 애니메이션, 광고 애니메이션, 뮤직비디오 애니메이션 같은 새로운 분야를 빠르게 만들 수 있는 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 대표도 “중견 기업의 인프라, 대기업의 노하우와 네트워크, 신생 기업의 기술 습득력을 묶어 큰 산업을 만들 수 있는 구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휘영 문체부 장관은 “애니메이션은 웹툰·게임 등 ‘케이-콘텐츠’ 지식재산(IP)을 세계 시장으로 확장하는 중요한 영상콘텐츠산업의 한 축”이라며 “현장에서 제안해 주신 다양한 의견을 바탕으로 산업이 체감할 수 있는 정책을 마련하고, ‘케이-애니메이션’이 새로운 성장 기회를 만들어 갈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참석자들은 AI가 애니메이션 제작의 속도와 방식, 협업 구조를 동시에 바꾸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교육 현장도 AI 중심 재편…"그러나 AI 툴은 결국 기술일 뿐, 본질은 스토리텔링"
교육 분야에서도 AI는 더 이상 선택이 아니라 필수 역량으로 받아들여졌다. 한 교수는 “전국에 애니메이션 학과가 약 80개 있지만 AI 커리큘럼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 곳이 많다”며 “몇 개 대학이 AI 교육 모듈을 만들고 다른 대학이 빠르게 받아들일 수 있는 구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세종대는 3년 전부터 AI 교육을 하고 있다”며 “새로 들어오는 대학 신입생들은 중고등학교 때부터 AI를 배웠기 때문에 저항감이 거의 없고 훨씬 빨리 배운다”고 했다. 현장에서는 대학과 교육기관이 기존 작화·연출 교육에 머무르지 말고 AI 기반 제작 공정과 실습을 결합한 커리큘럼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다만 AI 활용 능력만 앞세워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강문주 한국애니메이션제작자협회장은 “AI 툴은 결국 기술의 영역이고, 근본적으로 중요한 것은 사람의 연출력과 스토리텔링”이라며 “드로잉, 연출, 스토리텔링, 미감 같은 기본 교육을 함께 가져가야 한다”고 말했다.

최 장관은 “AI는 기술을 어떻게 적용하느냐도 중요하지만, 잘 활용할 수 있는 인재를 만들고 교육하는 것도 중요한 영역”이라며 “내년 예산에 더 적극적으로 반영해 제작 환경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AI는 오래전부터 정책이 축적된 영역이 아니기 때문에 현장 의견이 계속 들어와야 한다”고 덧붙였다.

AI 크레딧 지원은 필요하지만…“실습 확대”와 “고용 위축” 사이 논쟁
AI 크레딧 지원을 둘러싸고는 필요성과 부작용 우려가 동시에 제기됐다. 홍성호 로커스 대표는 “AI 교육에서 교육 자체보다 중요한 것은 실제 솔루션 크레딧을 써서 자기 목표를 가지고 활용해 보는 경험”이라며 “AI 교육 사업에는 크레딧을 마음껏 쓸 수 있는 구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홍 대표는 “일반적인 교육은 강의하고 끝나지만 AI 교육은 쓴 만큼 잘하게 되는 영역”이라며 “크레딧 걱정 없이 실습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강 회장도 “대부분의 애니메이션 제작사들이 AI를 크든 작든 활용하고 있다”며 “이제 크레딧 비용 문제가 점점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기업 지원 방식에는 신중론도 나왔다. 홍 대표는 “기업에 크레딧을 지원하면 회사는 달러로 솔루션 비용을 쓰고 사람은 덜 쓰는 구조가 될 수 있다”며 “AI를 쓰라고만 하면 결국 사람을 줄이라는 이야기처럼 받아들여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학을 졸업한 신입사원을 채용할 때 정부가 적극적으로 지원하지 않으면 취업률은 계속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최 장관은 “크레딧을 흥청망청 쓰자는 것이 아니라, 조금만 더 있으면 완성도가 달라지는 티핑포인트가 있을 수 있다”며 “이 부분은 함께 고민해 볼 만하다”고 말했다. 또 “AI 시대의 고용 딜레마에 대해 어떤 정부 지원책이 적절한지 고민하고 있다”며 “애니메이션 특성에 맞는 좋은 아이디어를 계속 달라”고 했다.

영화진흥위원회 내 애니메이션 대표성 문제도 별도 의제로 떠올랐다. 한병아 한국독립애니메이션협회장은 “영화진흥위원회 시스템 안에 애니메이션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 문제”라며 “애니메이션 위원을 복원하고 소위원회도 다시 설치해야 한다”고 말했다.

"영화 매출액 26%가 애니인데 왜 자리가 없나" 영진위 홀대에 뿔났다
영화진흥위원회 내 애니메이션 대표성 문제도 별도 의제로 떠올랐다. 한병아 한국독립애니메이션협회장은 “영화진흥위원회 시스템 안에 애니메이션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 문제”라며 “애니메이션 위원을 복원하고 소위원회도 다시 설치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 회장은 “한 나라의 영화 정책과 영화 산업을 진흥하기 위해 만든 기관이 애니메이션을 완전히 배제하는 것은 정책적으로 큰 실수”라고 지적했다. 이어 “애니메이션 지원 사업이 반드시 콘진원 안에서만 진행될 필요는 없다”며 “독립 애니메이션처럼 다양한 가능성을 가진 분야는 여러 기관에서 지원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지난해 영화 박스오피스 매출 기준으로 애니메이션 비중이 26.9%였다”며 “그런데 왜 애니메이션 자리가 없느냐는 문제의식이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국내 영화제가 300개 이상이지만 애니메이션 영화제는 두 개 정도밖에 없다”며 애니메이션 영화제에 대한 지원 확대도 요청했다.

최 장관은 “세상은 계속 변화하고 융합되지만 정부 지원 시스템이 그에 맞게 짜여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영화진흥위원회 안에서도 애니메이션의 중요도와 가중치가 반영돼야 한다는 의견을 계속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예산·행정부담까지…지속 가능한 생태계 설계 과제
이 밖에도 회의에서는 내년도 예산, 다년도 제작지원, 해외 진출 지원, 행정 부담 완화, 시즌제 애니메이션 지원, 지역 클러스터 육성 등이 함께 논의됐다. 참석자들은 애니메이션이 단년도 사업과 단건 지원만으로는 성과를 내기 어려운 분야인 만큼 장기 지원 체계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 회장은 “애니메이션은 영화나 실사 드라마와 달리 대부분 시즌으로 간다”며 “시즌 2나 시즌 3 정도가 돼야 원금 회수가 되는 구조”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최 장관은 “애니메이션은 제작 기간이 길 수밖에 없는데 정부 예산은 단년도 중심이라 맞지 않는 부분이 많았다”며 “다년도 지원 사업을 대폭 확대하는 방향으로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행정 부담 완화 요구도 이어졌다. 한 회장은 “행정 업무가 과중하고 불필요하며 소모적”이라고 했고, 최 장관은 “국가 세금을 쓰는 만큼 검증과 정산은 필요하지만, 이것까지 해야 하느냐는 부분은 계속 체크해야 한다”며 “현장에서 불편한 사례를 주시면 바로 챙기겠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최 장관은 “애니메이션은 그동안 체계적인 지원이 충분하지 못했던 분야”라며 “해외 진출, 국제 교류, 글로벌 IP 확보를 위한 종합 전략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art@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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