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밥만 먹어도 맛있도록"…편의점 손잡은 '들기름 햇반'

생활/문화

이데일리,

2026년 6월 18일, 오후 07:22

[이데일리 경계영 기자] “처음엔 당연히 거절당할 줄 알고 제안조차 안 했습니다. ‘햇반’이 특정 유통 채널을 위해, 그것도 밥 관련 협업 상품을 내놓을 줄 상상도 못 했죠.”

즉석밥 1위인 CJ제일제당의 햇반이 편의점과 손잡고 협업 상품을 내놨다. BGF리테일(282330)이 운영하는 편의점 CU가 출시한 ‘들기름 햇반’이 그 주인공이다. 즉석밥으로 유통 채널의 전용 상품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CJ제일제당이 CU와 협업해 지난 3일 출시한 '들기름 햇반'. (사진=BGF리테일)
‘철옹성’ 같던 햇반이 즉석밥을 활용한 협업 상품을 내놓은 건 편의점의 성장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기도 하다. CU에서의 즉석밥류 매출액 증가율(전년 대비)은 2023년 15.6%, 2024년 22.9%, 2025년 24.7% 등으로 계속 높아지는 추세다.

“햇반으로도 협업 상품을 만들 수 있다”고 CJ제일제당이 선택지를 넓혀주자 황지선 BGF리테일 상품본부 가공식품팀장에게 떠올랐던 건 수년간 간편식(HMR)을 담당하면서 공장에서 맛봤던 도시락·삼각김밥·김밥에 들어가는 밥이었다. 김밥에 들어가는 밥엔 참기름이나 깨, 소금 등을 가미한다.

황 팀장은 최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공장에서 갓 지은 밥을 먹을 때마다 정말 맛있어서 밥만 팔아도 맛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오랜 기간 있었다”며 “김 없이 맨밥만 먹어도 맛있도록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CU와 CJ제일제당은 협업 상품에서 김밥에 들어가는 밥맛을 구현하기로 의견을 모았지만 구현하는 과정은 순탄친 않았다. 김밥과 마찬가지로 밥에 식초를 넣으려다가 밥이 쉰 것으로 오해받을 수 있어 제외했고, 참깨도 생산설비에 문제가 생길 수 있어 넣을 수 없었다. 참기름과 들기름을 두고도 수많은 테스트를 거쳤다. 처음엔 참기름 햇반을 고려했고, 참기름과 들기름을 섞은 밥을 만들어보기도 했다. 결국 여러 검토 끝에 소비자 선호도가 더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들기름으로 최종 선택했다.

그러는 동안 지난해 9월 시작한 프로젝트는 출시 목표 시기인 1분기를 지나 2분기가 됐다. 황 팀장은 “무언가를 조미해 만드는 백미밥 상품은 처음이어서 안전하게 생산되는지 검증하는 데 시간이 걸렸다”면서도 “상상한 그 맛 그대로 구현됐다”고 만족감을 표했다.

아직 별다른 마케팅을 진행하지 않았고 출시한 지 보름정도 됐지만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선 이미 반응이 오고 있다. 들기름 햇반을 데워 별도의 조미 없이 바로 김밥을 만든다거나 날달걀을 깨뜨려 들기름 햇반과 함께 돌린 후 간장을 뿌려 간장달걀밥을 만드는 영상이 인기를 끌었다. 지난 3일 들기름 햇반이 출시된 이후 11일까지 CU에서의 즉석밥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23.6% 증가했다. 황 팀장은 “학창 시절 급식을 먹던 2030세대 사이에서 아날로그 감성에 관심이 커지면서 예쁜 통에 직접 도시락을 싸고 이를 인증하는 문화가 퍼지고 있다”며 트렌드에도 맞는 제품임을 강조했다.

들기름 햇반을 ‘조미밥’이라는 새로운 영역의 상품이라고 소개한 황 팀장은 “맨밥으로 먹어도 맛있지만 강한 풍미와 약간의 염도가 있어 라면에 말아 먹을 때 맛이 극대화하고, 김에 싸먹어도 맛있다”며 “즉석밥에 새로운 분야를 더해 추가 매출액을 일으킬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CJ제일제당과 '들기름 햇반' 협업을 이끈 황지선 BGF리테일 상품본부 가공식품팀장. (사진=BGF리테일)

추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