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는 코바늘 뜨기로 실을 잇고 쌓아 올리는 반복적인 행위를 통해 탄생과 성장, 쇠퇴와 소멸이 이어지는 생의 순환을 장신구와 대형 설치 작업으로 풀어낸다.
진유리 작가의 작품(사진=공진원).
금속공예를 전공한 진 작가는 결혼과 출산을 거치며 작업의 중심을 금속에서 실과 코바늘로 옮겼다. 어린 시절 어머니에게 배운 뜨개의 기억을 바탕으로 코바늘을 자신의 작업 언어로 삼았으며, 기계의 도움 없이 실 한 가닥과 코바늘 하나만으로 완성하는 수공예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대표 장신구 시리즈인 ‘둥근 변이’는 도넛이나 나팔 형태를 닮은 요소들이 증식하고 순환하는 모습을 목걸이와 브로치로 구현한 작품이다. 붉은색의 반복되는 형태는 생명력을 상징하며, 앞뒤의 경계를 흐린 조형은 시작과 끝이 분리되지 않는 순환의 구조를 은유한다.
‘붉은 변성’ 연작에서는 혈관과 림프관을 연상시키는 구조물과 유기적인 덩어리를 통해 생명의 에너지를 표현했다. 코바늘 작업으로 만든 선과 관, 반구 형태는 캔버스와 나무 패널, 바닥과 천장을 넘나들며 평면과 부조, 오브제, 설치의 경계를 확장한다.
관객 참여형 장신구 작업인 ‘선택’도 함께 선보인다. 동일한 재료로 제작했지만 크기와 비례, 밀도가 조금씩 다른 브로치 가운데 하나를 직접 고르는 방식으로, 관객은 자신의 감각과 판단을 되짚어보게 된다. 작가는 이를 통해 창작자와 감상자의 감각이 만나는 지점을 탐색한다.
김경배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장은 “이번 전시는 삶의 전환기를 거치며 금속에서 실로 자신의 언어를 옮겨온 진유리 작가가 반복과 순환이라는 공예 고유의 시간성을 통해 생명의 에너지를 형상화하는 자리”라며 “앞으로도 개인의 서사를 독창적인 조형 언어로 확장해가는 작가들을 폭넓게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