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백양누리에서 행정안전부-문화체육관광부 주최로 열린 광화문현판 한글 병기 관련 모두의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토론을 하고 있다. (사진=방인권 기자)
오전 발제에서 병기 찬성 입장을 맡은 박현모 세종국가경영연구원 원장은 기존 한자 현판을 철거하자는 주장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박 원장은 “현재 한자 현판은 그대로 두고 그 아래에 한글 현판을 하나 더 덧붙이자는 것”이라며 “과거의 역사성을 지키면서 오늘날 대한민국의 가치와 미래 세대에 남길 유산도 함께 만들자는 제안”이라고 말했다.
박 원장은 광화문이 외국인들이 가장 먼저 접하는 대한민국의 대표 공간이라는 점도 근거로 들었다. 지난해 경복궁 방문객 약 669만명 가운데 외국인이 278만명으로 40%를 넘는 만큼 한글 현판이 국가 정체성을 알리는 상징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경복궁이 세종 시대에 조선의 법궁으로 완성됐고 한글 창제의 역사를 품고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문화유산의 원형을 고정된 형태로만 볼 필요는 없다며 “한글 현판 추가는 역사를 훼손하는 게 아니라 역사를 이어 쓰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반대 측 발제자인 김현경 한국전통문화대학교 국가유산관리학과 교수는 한글의 가치와 현판 추가 설치는 구분해야 한다고 맞섰다. 김 교수는 “핵심은 한글과 한자 가운데 어느 문자가 더 중요한지를 가리는 것이 아니라, 이미 복원된 광화문에 현판을 추가하는 것이 역사적·건축적 성격에 부합하느냐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현판이 건축물의 이름을 알리는 단순한 표지판이 아니라 광화문 정면의 중심을 이루는 건축 요소라고 설명했다. 현판 하나를 더 달면 두 현판의 상하 관계가 만들어지고 시선이 분산돼 광화문의 전체 구도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광화문이 과거 여러 차례 변했다는 사실만으로 새로운 변화를 정당화할 수 없다는 주장도 내놨다. 1968년과 2010년에는 당시의 건축 구조와 복원 기준에 따라 한글 또는 한자 현판 가운데 하나를 선택했지만, 이번 방안은 이미 복원된 광화문에 오늘날의 상징을 덧붙이는 별개의 개입이라는 설명이다. 김 교수는 전시와 해설, 교육, 디지털 기술을 대안으로 제시하며 “덧붙이는 순간 광화문은 변한다”고 강조했다.
윤호중(왼쪽) 행정안전부 장관과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26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백양누리에서 행정안전부-문화체육관광부 주최로 열린 광화문현판 한글 병기 관련 모두의 토론회에서 참석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방인권 기자)
이번 토론회는 오전 전문가 발제와 국민 소그룹 토론에 이어 오후에는 패널·플로어 토론, 2차 소그룹 토론을 진행한다. 참석자들은 토론을 거쳐 최종 의견을 정리하고 현장 투표 결과를 공유한다.
최휘영 장관은 축사에서 “광화문은 오랜 역사를 품은 소중한 문화유산이자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상징적인 장소”라며 “현판을 둘러싼 논의는 광화문의 역사성과 한글·한자의 상징성을 오늘날 국민이 어떻게 바라보는지 살펴보는 과정”이라고 이번 토론회의 의미를 밝혔다. 윤호중 장관도 “어떤 결론을 미리 정해놓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생각을 충분히 듣고 사회적 공감대를 만들어가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