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롱드레스에 치켜든 고개…조수미가 받은 트로피가 특별한 이유

생활/문화

이데일리,

2026년 8월 04일, 오후 10:21

[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검정색 롱드레스를 입고 턱을 살짝 치켜든 채 먼 곳을 바라보는 한 여성. 조수미가 받은 ‘마리아 칼라스상’ 트로피에는 상징적인 문양 대신 한 사람의 얼굴이 담겼다. 그 주인공은 오페라의 역사를 바꾼 전설의 디바, 마리아 칼라스다.

국제 시상식 트로피는 독수리나 여신상, 추상적인 조형물처럼 상징성을 담은 디자인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마리아 칼라스상’은 상의 이름을 딴 인물을 그대로 형상화했다는 점에서 이례적이다. 드레스 차림에 자신감 넘치는 시선까지 칼라스의 대표적인 초상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하다.

'마리아 칼라스 특별상' 트로피(왼쪽)와 생전 마리아 칼라스의 모습.
'마리아 칼라스 특별상' 트로피(왼쪽)와 생전 마리아 칼라스의 모습.
실제 생전 사진 속 마리아 칼라스는 턱을 살짝 치켜들고 먼 곳을 응시하는 모습이 자주 포착된다. 무대 위에서도 그는 노래만 부르는 성악가가 아니었다. 시선과 몸짓, 표정 하나까지 배역의 감정을 담아내며 관객을 몰입하게 만들었다. 트로피 속 자세 역시 칼라스를 상징하는 무대 위 카리스마를 떠올리게 한다.

칼라스는 ‘오페라의 역사는 칼라스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는 평가를 받을 만큼 20세기 성악사의 흐름을 바꾼 인물이다. 아름다운 목소리만 들려주던 기존 오페라에서 벗어나 연기와 극적 표현을 결합해 현대 오페라의 새로운 기준을 세웠다. 오늘날 그를 ‘전설의 디바’로 부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조수미는 지난 2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베로나에서 열린 제12회 ‘마리아 칼라스 특별상’ 시상식에서 아시아 출신 예술가로는 처음으로 이 상을 받았다. 시상식은 칼라스가 1947년 오페라 ‘라 조콘다’로 베로나 아레나 무대에 데뷔한 날과 같은 8월 2일에 열려 의미를 더했다. 그동안 연출가 프랑코 제피렐리와 바리톤 레오 누치 등 세계적인 클래식 거장들이 이 상을 받았다. 조수미는 “한 시대를 빛낸 위대한 예술가의 이름이 담긴 상인 만큼 평생 잊지 못할 소중한 순간으로 간직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조수미와 칼라스의 인연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세계적인 지휘자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은 1986년 조수미의 오디션을 본 뒤 “신이 내린 목소리”, “마리아 칼라스의 뒤를 이을 절대적 음색”이라고 극찬한 바 있다. 세계 무대 데뷔 40주년을 맞아 아시아 최초의 마리아 칼라스상을 품에 안은 조수미에게 이번 트로피가 더욱 특별한 이유다.

소프라노 조수미가 지난 2일 아시아인 최초로 '마리아 칼라스 특별상'을 수상했다(사진=PRM).
소프라노 조수미가 지난 2일 아시아인 최초로 '마리아 칼라스 특별상'을 수상했다(사진=PR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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