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의 미술사'는 모네 '건초더미' 낙찰가 약 1300억원과 전시장 벽에 붙인 바나나 한 개의 판매가 약 86억원을 출발점으로 예술 가격이 형성된 과정을 추적한다.
'돈의 미술사'는 모네 '건초더미' 낙찰가 약 1300억원과 전시장 벽에 붙인 바나나 한 개의 판매가 약 86억원을 출발점으로 예술 가격이 형성된 과정을 추적한다. 심상용은 화상과 미술관, 경매, 금융, 국가가 만든 150년의 미술시장 구조를 짚는다.
작품의 재료값과 거래가는 큰 차이를 보인다. 이 간극에는 작품을 고르고 의미를 부여하는 화상, 비평가, 미술관, 경매사, 컬렉터의 선택과 승인이 쌓인다. 작품은 전시와 거래, 기록을 거치며 '명작'이라는 지위를 얻고 미술사의 정전으로 편입된다.
책은 예술가의 천재성과 작품의 혁신을 중심에 둔 기존 미술사 서술에서 한발 물러나 가격 형성의 주체를 살핀다. 미적 판단, 제도적 권위, 사회적 욕망, 투기적 기대가 함께 작동해 가격을 만들고, 그 가격은 다시 작품의 중요성을 강화하는 순환을 이룬다고 본다.
서술의 범위는 인상주의 탄생부터 현대미술의 자산화까지다. 1부 '인상주의 경제학'은 시장의 탄생을, 2부 '가치와 가격의 부조리극'은 가격이 가치를 앞서는 과정을 다룬다. 3부에서는 금융이 예술에 개입하는 양상을, 4부에서는 자본이 국경을 넘어 미술을 재편하는 구조를 살핀다.
무명이던 인상주의 화가들을 하나의 상품군으로 조직한 폴 뒤랑-뤼엘의 전략은 미술시장의 초기 장면으로 제시된다. 예술가가 브랜드가 되고 작품의 희소성과 화제성이 관리되며, 미술관 전시와 비평 언어가 가격에 권위를 더하는 과정도 함께 다룬다.
2부는 창작 노동의 외주화, 프리미엄 브랜드, 앤디 워홀의 브랜드화 등을 거쳐 시장 논리가 예술의 가치를 규정하는 방식을 좇는다. 난해함이 소수의 안목을 드러내는 표지가 되고, 작품 소유 욕망을 자극하는 구조도 짚는다. 작가의 이름과 라벨이 개별 작품의 형식과 내용을 압도하는 장면도 등장한다.
금융화된 예술은 3부와 4부의 중심 축이다. 갤러리, 아트페어, 명품 기업, 헤지펀드, 국가 기관이 서로의 영향력을 키우며 가치와 가격을 설계하는 양상이 이어진다. 테이트 미술관과 프리즈 아트페어 사례는 금융과 시장이 승인한 가치가 공공기관의 선택을 거쳐 재승인되는 흐름을 보여준다. 책은 이를 '예술·금융·국가'의 트라이앵글 구조로 묶는다.
심상용은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조소과 교수이며 서울대학교미술관 제8대 관장을 지냈다. 광주비엔날레 이사와 대구사진비엔날레 주제전시 예술감독 등을 역임했고, 미술평론가와 전시기획자로 활동해왔다.
△ '돈의 미술사'/ 심상용 지음/ 44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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