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무위원장을 맡고 있는 윤한홍 국민의힘 의원도 예금자보호한도 상향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힌 만큼 오는 10일 예정된 금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관련 논의가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실제 예금자보호한도 상향이 이뤄진다면 은행 파산을 우려해 여러 은행에 5000만원씩 분산해 돈을 맡기는 소비자들의 불편함이 사라질 수 있다. 다만 은행이 내야 하는 '예금보험료'가 높아지면서 그 부담이 소비자에게 전가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이재명 "예금자보호한도 신속 추진"…윤한홍도 "적극 검토"
3일 금융권과 정치권에 따르면 이 대표는 전날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예금자보호한도를 현행 5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높이는 법안을 신속하게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같은 날 윤 의원도 이 대표의 발언에 대해 "좋은 제안을 해준 만큼 적극적으로 검토에 들어갈 것"이라고 답했다.
한국은 예금자보호법에 따라 '예금보험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예금보험공사가 금융사로부터 보험료를 받아 기금을 적립하고, 금융사의 파산으로 고객의 예금을 지급하지 못하게 될 경우 대신 지급하는 제도다. 예금보호한도는 원금과 이자를 합해 5000만원으로 정해져 있다.
문제는 이 한도가 지난 2001년부터 23년간 유지돼 왔다는 점이다. 이에 '5000만원'의 보호 한도가 1인당 국내총생산(GDP)과 경제 상황 변화를 반영하지 못하고, 다른 국가에 비해 낮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국회 싱크탱크인 국회입법조사처에 따르면 2023년 기준 한국의 1인당 GDP 대비 보호한도비율은 약 1.2배로 미국(3.1배), 영국(2.2배), 일본(2.1배) 등 해외 주요국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5000만원 분산 예금' 불편 해소되나
특히 지난해 3월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이 파산하는 사태가 일어나면서 예금자보호한도를 상향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렸다. 40년 역사의 SVB 은행이 파산하는 데 걸린 시간은 36시간에 불과했다. 언제 어디서나 돈을 뺄 수 있는 '모바일 뱅킹' 기술이 야기한 결과다.
같은 해 7월 한국에서도 새마을금고 위기설이 확산하면서 '뱅크런'(대규모 예금인출)까지 벌어지자 예금자 보호에 대한 사회적 관심은 더욱 커졌다. 이에 지난 21대 국회에서 예금자보호한도 상향 논의가 시작됐으나 일부 반대 여론에 막혀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예금자보호한도 상향은 금융 안정성뿐만 아니라 '소비자 편의성'을 높이는 효과도 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최근 발간한 '국정감사 이슈분석'에서 "대부분의 예금자가 보호 한도 내에서 여러 기관에 분산 예치하는 현실을 고려하면 한도 상향이 소비자의 편익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금리 인상·자금 쏠림 우려도…"차등 상향 검토해야"
다만 예금자보호한도 상향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보호 한도가 높아지면 금융사들이 예금보험공사에 납부하는 예금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하고 이 비용이 소비자에게 전가된다는 것이다. 윤 의원도 "예금보험료 부담이 결국 국민에게 금리 인상의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우려 역시 공존한다"고 짚었다.
예금자보호한도 상향이 급격한 '머니무브'(자금이동)을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은행에 비해 상대적으로 고금리 예금을 취급하는 저축은행으로 '자금 쏠림'이 발생한다는 것이다.김병환 금융위원장도 지난 8월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 회의에서 "(예금자보호한도 상향 시) 금융권 간의 자금이동이 있을 수 있다"며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이나 2금융권 건전성 문제를 안정시킨 이후에 하는 것이 좋지 않나 싶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에 국회입법조사처는 업권별 '차등 상향'을 검토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입법조사처는 "예금자보호한도 동등 상향은 보험료율 인상, 자금이동 등 부작용을 야기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은행의 보호 한도는 상향하되 저축은행, 상호금융 등 보호 한도는 유지하는 등 차등 설정하는 것이 합리적으로 보인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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