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국내 인수합병(M&A) 시장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대형 사모펀드 중심의 조 단위 빅딜 몇건 정도만 눈에 띄었던 한 해라고 할 수 있다. 금리인하로 M&A 시장에 훈풍이 불까 기대했지만, 거래규모나 건수가 작년보다 소폭 늘어나는데 그쳤다. 국내 경기침체와 글로벌 불확실성 확대, 기업 몸값에 대한 여전한 눈높이 차이 등으로 제한적인 회복세를 보인 셈이다. 적당한 투자처 찾기가 어렵다 보니 사모펀드가 대주주간 경영권 분쟁에 뛰어들면서 적대적 M&A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그래픽=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국내 사모펀드(PEF) 운용사 한 대표는 “금리 인하로 자금 조달 비용이 낮아질 거란 기대감에 내부적으로 여러 아이디어가 오고 갔고 딜 발굴에 나섰지만, 적절한 매물을 찾기 어려웠다”며 “시장 체감은 여전히 힘든 한 해였다”고 토로했다.
올해 사모펀드 운용사들이 주도한 1조원이 넘는 빅딜은 모두 대형 하우스에서 발생했다. 시장에 불확실성이 큰 만큼 대형 블라인드 펀드 위주로 출자자(LP) 자금이 쏠렸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실제로 업계 한 관계자는 “자금 조달이 어려웠던 중소형·신생 PEF 운용사이 공동운용(Co-GP)펀드라도 조성하기 위해 대형 하우스에 문을 두드리는 사례가 많았다”며 업계의 침체된 분위기를 전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 인하 속도를 조절하겠다고 시사함에 따라 내년 M&A 시장도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국내에서는 탄핵정국이 이어지고 있고, 미국이 트럼프 2.0 체제에 본격 돌입하면서 내년을 둘러싼 전망은 더욱 복잡다단해지고 있다. 한마디로 시장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분석이 쏟아진다.
한켠에서는 장밋빛 전망을 내놓는 시각도 존재한다. 올해 12월을 기점으로 펀드 결성을 완료한 하우스들이 상당해서다. 투자사나 운용사들이 투자받은 자금을 집행해야 하는 만큼 내년에 딜(deal) 발굴에 적극 나설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내년 상반기 PEF 운용사들이 카브아웃(carve-out·기업이 특정 사업부를 분할해 매각하는 것) 딜에 주목할 것이라 예상했다. 글로벌 컨설팅 업체 한 관계자는 “올 한해 기업 여건이 좋지 못했던 만큼, 대기업들이 리밸런싱(사업재편)에 돌입해 계열사의 비주력 사업 부문을 분사 후 매각시키는 카브아웃이 상당해 IB 업계의 숨통을 트여줄 것이라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