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첫주' 초긴장 속…한은, 이례적 경제전망 중간발표

경제

뉴스1,

2025년 1월 19일, 오전 06:30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뉴스1
한국은행이 트럼프 2기 정부 출범일에 이례적인 경제 전망 '중간발표'에 나선다. 정기 경제 전망(매해 2·5·8·11월)에 앞서 속보성 지표와 국내외 불확실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중간 점검 차원의 경제 판단을 공유할 계획이다.

경제 전망 소통에 있어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 왔던 한은이 정기 발표일보다 한 달 먼저 중간 점검 결과를 공개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정치 불안과 트럼프 2기 정책 관련 불확실성이 지속되면서 국가 신인도가 떨어질 수 있다는 경고가 잇따르자, 해외 불안 심리를 잠재우고자 확성기를 꺼내든 상황으로 풀이된다.

19일 한은에 따르면 미국에서 트럼프 2기 정부가 출범하는 오는 20일 한은은 작년 11월 기존 전망과 계엄 사태 이후 경제 상황에 대한 평가를 블로그에 공개한다.

해당 메시지가 우리 경기와 관련해 어떤 방향성을 강조하는지에 따라 2월 공식 전망에서 올해 성장률이 얼마나 조정될지 가늠할 수 있을 전망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16일 통화정책 방향 기자 간담회에서 "올해 1분기 이후 경제 성장률이 어떻게 변할지는 재정 정책과 헌법 재판소 절차 등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매우 불확실하다"면서 "이를 기초로 한은 조사국의 중간 점검 결과를 2월 정식 전망 발표 전에 공유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과거 한은은 경제 전망 소통에 있어 신중한 태도를 견지해 왔다.

정기 전망 발표일보다 먼저 한은 내부 판단을 공개할 경우, 데이터 수집이 당초 계획보다 충분치 못해 판단 결과가 실제와 다를 수 있고, 이 경우 실물 경제와 금융 시장에 의도치 않은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영장실질심사가 열린 18일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 앞에서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집회를 이어가고 있다. /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그런 한은이 이례적으로 중간발표에 나선 것은 최근 국제 신용평가사들이 보낸 경고음이 많은 영향을 미쳤다. 무디스는 지난 15일 "계엄은 단기에 그쳤지만 경제 활동 교란 장기화, 소비·기업 심리 약화는 신용등급에 부정적(negative)"이라고 했다.

세간에서는 한국이 사실상 신용평가사들의 신인도 워치(경계) 명단에 올랐다고도 추측했다.

실제로 12·3 비상계엄과 연말 여객기 참사 등으로 인해 내수 침체 신호가 강해지면서 해외에서는 한국 경제의 향방을 둘러싼 우려의 시선을 거두지 않고 있다.

HSBC는 지난달 국내 실업률이 오른 데 대해 "고용 시장의 구조적 취약성과 가계 생활 여건의 잠재적 악화가 헤드라인 수치에 드러나 있다"고 지적했다.

심지어 윤석열 대통령 체포 뒤에도 해외에서 평가하는 불확실성은 되레 지속되는 양상을 보였다.

이코노미스트는 "윤 대통령 체포는 여러 국가 기관 간의 당황스러운 대치를 종식했으나 향후 수사, 형사재판과 탄핵 심판 등 많은 일정이 남아 있다"며 "윤 대통령의 완강한 태도는 지지자를 규합했고 국내 정치 갈등이 지속될 것임을 시사한다"고 주목했다.

© News1 김초희 디자이너

이 총재도 해외에서 한국 내 정치·경제적 불안을 부정적으로 평가하려는 조짐이 있다고 전했다.

이 총재는 "여러 불확실성이 많아 대외 시각이 굉장히 불안해 우리 대외 신인도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당초 국가 신용등급 걱정이 큰 상태는 아니었지만, 총리 탄핵이 있고 대통령 영장 집행 과정이 오래되니 한국의 정치 프로세스가 어려워지는 것 아니냐는 질문이 해외로부터 매번 오고 있다"고 우려했다.

한은은 이 같은 경계심이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기초 역량)에 비하면 어느 정도는 불필요하다는 생각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 이 총재는 앞선 간담회에서 "현 환율 수준은 우리 경제 펀더멘털이나 미국과의 금리 차 등 경제 요인으로 설명하는 것보다 훨씬 더 높은 수준에 와 있다"고 지적했다.

이뿐만 아니라 작년 4분기 성장률이 예상을 밑돈다면, 기저 효과로 인해 올해 성장률이 올라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이 총재는 "1월 초까지 데이터를 본 결과, 당초 신용카드 사용량이 크게 감소하지 않았다고 한 과거 발언을 수정해야 할 것 같다"면서도 "4분기 성장률이 내려가면 기저 효과로 인해 올해 성장률이 상당히 영향을 받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판단을 전제로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이번에 기준금리를 동결했다"고 소개했다.

이에 지난 한두 달 동안의 상황과 앞으로의 전망에 대해 한은이 내린 판단을 공개하는 것이, 오히려 해외의 불필요한 불안 심리를 제거해 국가 신인도 방어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총재는 "최근 불확실성이 경제에 주는 영향에 대한 정보를 드리는 것이 한은의 중요 책무라고 봤다"면서 "고빈도 데이터에 기초한 중간 점검 차원에서 메시지를 드리는 것이고, 이것이 이번 금통위 결정의 배경이 됐기 때문에 참고가 됐으면 한다"고 희망했다.

icef08@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