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Korea]④"AI 활용 처지면 반도체도 조선도 끝"…필사적인 재계

경제

뉴스1,

2025년 1월 19일, 오전 06:30

LG AI연구원이 14~16일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에 LG그룹 AI 에이전트(비서) '챗엑사원' 체험존을 마련하고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사용 방법을 시연한다. 사진은 챗엑사원 활용법 설명을 듣고 있는 LG임직원들의 모습.(LG AI연구원 제공)
지난 14일 낮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 지하 1층 로비에 마련된 LG그룹 AI(인공지능) 에이전트 '챗엑사원' 팝업 부스. 최근 내부 공식 서비스를 시작한 'LG표 챗GPT'를 체험하기 위해 임직원들이 우르르 몰려 들었다. 챗엑사원이 구동된 10여 대 체험용 노트북을 하나씩 차지한 이들이 곧바로 필요한 정보를 입력하자, 10초도 채 안 돼 하나같이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현장에서 챗엑사원을 체험한 직원 A씨는 "챗엑사원 입력창에 '○○○에 대한 정보를 알려주고 보고서를 만들어달라'고 적었는데, 관련 논문과 국내외 뉴스 등에서 핵심만 정보만 뽑아낸 뒤 이를 활용해 보고서 초안까지 10여초 만에 만들더라"며 "든든한 동료를 여러 명을 얻은 기분이었는데, 실제 활용하게 되면 앞으로 신기술·신제품 개발에 속도를 낼 수 있을 것 같다"며 웃었다.

국내 주요 대기업들이 AI 도입에 올인하고 있다. 특히 챗엑사원 같은 자체 'AI 비서' 개발 움직임이 두드러진다. 자사에 최적화된 생성형 AI를 활용해 업무 생산성을 높이고, AI 도입 이후 가속하는 업계 기술 혁신과 신제품 개발 경쟁에서도 밀리지 않고 적극 대응하겠다는 취지다.

대기업 10곳 중 4곳이 AI 비서를 쓴다. 지난해 한국경영자총협회가 매출 상위 100대 기업 대상 AI 도입 실태 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 기업(50개사)의 38.0%가 자체 또는 외부 생성형 AI를 회사 차원에서 사무직군에 도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AI 비서는 '일당백'이다. 예를 들면 'A기업의 2024년 실적과 올해 실적 전망을 보고서로 작성하고 이를 영어·불어·중국어·일본어 번역본도 만들어줘'라고 입력하면 베테랑 사무직원 못지않게 이를 뚝딱 만들어낸다.

회의나 미팅을 진행할 때 한국어·영어·중국어 등 서로 다른 언어로 대화해도 이를 인식해 실시간 통·번역해 주기도 한다. 개발 코드를 학습해 제품 특성을 반영한 코드도 제안하는 소프트웨어 개발자 역할도 한다.

생성형 AI는 지난 2022년 말 첫선을 보였다. 등장 이후 곧바로 획기적 업무 혁신이 예상됐지만 한동안 국내 기업에는 적용이 더뎠다. AI가 추출한 정보 신뢰성 문제와 핵심 데이터 보안에 대한 지적이 끊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도입이 절실했던 대기업들은 1년여 연구 끝에 AI의 팩트체크 기능을 강화하고 해외 유력 학술지·리서치 기관 등과의 제휴를 확대해 정보의 정확도를 높였다. 기술 유출 우려 등은 내부망에서만 쓸 수 있는 폐쇄형 AI 형태로 개발해 해결했다.
대기업 중에서는 삼성전자가 지난 2023년 말 업무용 AI '가우스'를 도입하며 첫발을 뗐다. LG그룹도 지난달 챗엑사원을 선보이고 임직원에게 권장하고 있다. SK그룹은 올해 상반기까지 그룹 관계사 20여 곳에 업무용 AI 서비스 '에이닷 비즈'를 적용할 예정이다.

LG그룹 AI 에이전트 '챗엑사원' 구동 모습(LG AI연구원 제공)

대기업들은 AI 맞춤형 조직도 꾸리고 있다. 핵심 인력은 대거 AI 조직으로 전진 배치하고 있다.

총수가 AI 총대를 멘 SK그룹은 지난해 조직개편을 통해 AI·DT(디지털 전환)를 위한 대대적인 혁신에 나섰다. 그룹의 두뇌 역할을 하는 SK수펙스추구협의회는 전략·글로벌위원회 산하 AI·DT 태스크포스(TF)를 확대 운영한다.

유영상 SK텔레콤 CEO가 맡고 있는 AI TF는 AI 추진단으로 승격했다. 그룹 전반의 AI 역량 결집을 위한 AI R&D센터는 SKT 주도로 신설하고 SK하이닉스 등 계열사 간 시너지도 강화하기로 했다.

두산그룹도 지난해 말 그룹 차원의 AI TF 구성을 완료했다. 두산의 주요 사업에 AI를 접목하기 위한 조직이다. LG전자는 지난해 조직개편에서 미래전략 컨트롤타워 역할을 담당하는 최고전략실(CSO) 부문에 AI 컨트롤타워 역할까지 추가로 부여했다.

대기업들이 앞다퉈 AI 비서를 도입하고 자사 AI 역량을 강화할 조직개편에 나선 건 AI가 기업의 명운을 쥐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최근 세계 최대 전자·IT 전시회 CES 2025에서 "AI는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라며 "경쟁에서 뒤처지면 반도체든 조선이든 모든 산업의 경쟁력은 약화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kjh7@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