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주식 TR ETF' 금지 후폭풍…'6조 시장' 벌써 투자자 이탈하나

경제

뉴스1,

2025년 1월 19일, 오전 09:37

여의도 증권가 2024.1.24/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정부가 해외주식형 TR(Total Return) 상장지수펀드(ETF)를 사실상 금지하기로 했다. 해외주식형 TR ETF를 굴리는 자산운용업계와 '절세' 수단으로 해외주식 TR ETF에 투자하던 투자자들 모두 당황스러워하는 분위기다. 일부 투자자들은 오는 7월 시행에도 불구하고 벌써 매도에 나서고 있다.

1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5일 기준 국내에 상장된 해외주식형 TR ETF 7개 종목의 순자산총액 총 5조 8950억 원으로, 6조 원에 육박한다.

주요 해외주식형 TR ETF별 순자산총액은 △삼성자산운용 KODEX 미국S&P500TR(3조 5338억 원) △삼성자산운용 KODEX 미국나스닥100TR(1조 7478억 원) △미래에셋자산운용 TIGER 미국S&P500TR(H)(3517억원) △미래에셋자산운용 TIGER 미국나스닥100TR(H)(2263억 원) △신한자산운용 SOL 미국배당다우존스TR(354억 원) △RISE 미국고정배당우선증권TR(182억 원) 등이다.

© News1 양혜림 디자이너

1년 만에 2조→6조 급성장…해외주식 TR ETF, '절세·복리' 재테크 수단 각광
지난해까지만 해도 2조 원에 채 못미치던 해외주식형 TR ETF 규모는 겨우 1년 사이 3배 가까이 급성장했다.

지난해 국내 증시는 결국 하락 마감하는 등 부진한 모습을 보였으나, 미국 증시가 나홀로 급성장한 영향이다. 특히 삼성자산운용은 지난해 4월 총보수를 업계 최저 수준인 0.0099%으로 낮추며 해외주식형 TR ETF의 성장을 주도했다.

또 TR ETF가 가진 '절세 효과'도 재테크 수단으로 각광받았다. TR ETF는 배당금을 자동 재투자한다. 투자자는 배당금을 자동으로 재투자해 복리 효과를 누릴 수 있는데다, 매도 전까지는 배당소득세를 내지 않다가 매도 시점에만 세금을 내는 과세 이연 효과를 누릴 수 있다.

또 재투자 시 발생하는 매매수수료와 매매 호가에 따른 실질 체결 비용도 아낄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자산운용사는 TR ETF의 배당금 재투자가 ETF 기초지수 구성 종목 교체에 해당한다고 해석하고 TR ETF 상품을 출시해 운용해왔다.

정정훈 기획재정부 세재실장이 지난 15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2024년 세법개정 후속 시행령 개정안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2025.1.16/뉴스1 © News1 김기남 기자

정부 "조세 형평성 어긋나"…금투세 폐지에도 TR ETF 분배유보 범위는 조정
그러나 기획재정부는 이같은 TR ETF의 배당소득세 이연이 '조세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입장이다.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도 TR ETF 예외 규정을 삭제하는 내용이 담긴 바 있다.

금투세는 지난해 말 폐지됐으나, 기재부는 지난 16일 발표한 세법 개정 후속 시행령 개정안에서 TR ETF의 분배유보 범위를 조정하기로 했다.
이번 시행령 개정에 따라 오는 7월 1일부터 해외주식형 TR ETF는 발생한 이자와 배당금을 펀드에 남겨둘 수 없다. ETF에서 발생한 이자와 배당을 1년에 1회 이상 분배금 형태로 투자자에게 지급해야 한다. TR 방식 운용을 금지한 셈이다.

단, 국내 주식에 투자하는 TR ETF는 예외로 인정하고 하기로 했다. 국내 증시 활성화를 위해서다.

© News1 김초희 디자이너

해외주식 TR ETF 90% 비중 삼성자산운용 '날벼락'…"분배형 전환"
업계에서는 이번 개정안으로 해외주식형 TR ETF 전체 자산 중 비중이 90% 가까이 되는 삼성자산운용이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자산운용은 해외주식형 TR ETF에 대해 오는 7월 1일 이후 분배형으로 전환해 운영할 계획이라고 지난 17일 밝혔다.

삼성자산운용 관계자는 "별도 비용 발생 없이 복리 효과를 누리게 하는 TR방식의 장점을 가장 유사하게 만들어 낼 수 있는 방법을 찾아 적용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삼성자산운용을 제외한 다른 자산운용사는 비교적 잠잠한 분위기다. 해외주식 TR ETF 규모가 크지 않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분배금을 투자자들에게 나눠주는 PR(Price Return) ETF와의 형평성 측면에서 이번 TR ETF에 대한 규제가 타당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솔직히 기재부의 논리가 맞다"며 "TR ETF의 세금 이연은 논란의 대상이었던 게 사실이고, 그동안 TR ETF에 너무 유리하게 해석됐던 시행령이 정비된 것으로 봐도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투자자들은 큰 폭으로 상승하는 미국 지수를 추종하는데다, '절세'와 '복리 혜택'을 누릴 수 있던 해외주식형 TR ETF가 사실상 사라지게 된 점에 대해 아쉬움을 토로하고 있다.

시장에서도 곧바로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 TR ETF 금지는 오는 7월 시행됨에도 불구하고 17일 개인은 KODEX 미국 S&P500TR ETF를 798억 원 순매도했다.

같은 날 개인들이 △TIGER 미국 S&P500 ETF(1조 484억 원) △ACE 미국 S&P500(2354억 원) △RISE 미국S&P500(974억 원) 등을 순매수한 것과 명확한 온도차를 보였다.

Kris@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