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7일 방문한 발란 본사 전 직원이 재택 근무 중이라며 사무실은 접근이 불가능한 상태였다. (사진=한전진 기자)
현재 발란은 기습 기업 회생 준비 의혹에 휩싸인 상태다. 25일 발란 측과 미팅을 한 미정산 피해자가 발란 본사 사무실 컴퓨터에서 ‘발란 기업 회생절차 준비 증거 파일’을 목격했다는 주장이 나오면서다. 피해자가 공유한 사진에 따르면 ‘회생 관련 제출 자료’, ‘발란 정산 내역 재검토 공지’, ‘판매자 문의별 대응 메시지’ 등 파일이 존재한다. 작성자는 “(발란이) 회생을 신청했고 회생 절차에 따른 변론 기일을 4월 23일까지로 기재해둔 것 같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발란 측은 기업회생절차를 접수한 적 없다는 입장이다. 발란 관계자는 “현재 회생 법원에 발란 기업 회생과 관련한 접수 건은 없는 것으로 확인했다”며 “판매자에게 기업 회생절차 준비 증거 파일이 노출됐다는 주장은 사실 관계를 확인 중”이라고 밝혔다. 다만 앞서 기업 회생절차를 검토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실리콘투 150억원 투자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기업회생절차를 진행할 이유가 없다”면서도 “자세한 것은 최 대표 확인이 필요하다”고 했다.
업계에서는 최 대표의 해명이 늦어지는 것이 석연치 않다는 입장이다. 의혹이 불거진 26일 이후 하루가 넘도록 묵묵부답이어서다. 일각에서는 발란이 기업회생 신청을 기습적으로 하려다가 포착된 것이라는 의심까지 나오고 있다. 발란이 공식 접수는 하지 않았지만 기업 회생을 준비해 온 것은 맞다는 분석이다. 미정산 사태와 맞물려 관련 의혹은 더욱 증폭되고 있다.
앞서 발란에서는 판매자 미정산 사태가 벌어졌다. 지난 24일 발란은 입점 파트너사들을 대상으로 “재무 검증 과정에서 과거 거래와 정산 내용에 확인할 사항이 발생했다”며 정산 지연을 공지했다. 이날 발란 측은 “미정산은 유동성 문제가 아니라 정산 절차상 오류가 발생한 것”이라며 “28일까지는 판매자들에게 확정 정산 금액과 지급 일정을 공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28일 발란의 구체적인 정산 계획이 나올지 판매자들은 전전긍긍하고 있다. 판매자들은 28일까지 정산을 기다려 보겠다는 입장이지만 담당 MD(상품기획자)와 통화조차 제대로 되지 않는 등 불안을 호소하고 있다. 현재 발란의 입점 파트너사는 1300여 곳으로 추정된다. 발란에 5억원의 미정산금이 있다고 밝힌 한 판매자는 “정산금이 들어오지 않는다면 변호사를 선임해 형사고소를 진행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며 “다른 피해자들과 단체 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했다.
발란에 150억원 투자를 밝힌 실리콘투도 당황스럽다는 입장이다. 최근 실리콘투는 발란과 1차로 75억원을 투자하고 조건 충족시 75억원 2차로 투자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이대로면 투자금이 고스란히 정산금으로 사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높다. 실리콘투는 27일 정기주총도 진행했다. 실리콘투 관계자는 “주총에서 발란 관련 이야기가 언급됐다”면서도 “최근 논란과 관련해 발란으로부터 사전 공유 받은 것은 없다. 아직 투자 실패를 논의할 단계는 이르다”며 말을 아꼈다.
불똥은 머스트잇 트렌비 등 다른 명품 플랫폼까지 튀는 중이다. 2023년 기준 이들의 영업손실은 머스트잇 79억원, 트렌비 32억원으로 나타난다. 다만 발란과 같은 미정산 사태는 없다는 입장이다. 트렌비 관계자는 “현재 재무 상황에 문제가 없다”며 “지난해 기준 현금성 안전자산은 약 45억원으로 지급 예정 건의 두 배에 달한다”고 밝혔다. 머스트잇 관계자 역시 “전날 유동자산, 유동부채, 예수금 등 안정적 재무 상황을 판매자들에게 선제적으로 공지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