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전문가들 "불확실성 걷혔다…이제 협상의 시간"

경제

이데일리,

2025년 4월 03일, 오후 06:57

[세종=이데일리 하상렬 서대웅 김형욱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우리나라를 비롯해 전 세계에 부과할 상호관세율을 발표했다. 예상보다 높은 관세율에 수출과 경제 성장에 대한 우려가 커졌지만 통상전문가들은 ‘불행 중 다행’인 측면이 있다며 돌파구를 마련할 시점이라고 입을 모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 로즈 가든에서 관세에 관한 연설을 하고있다. (사진=로이터)
트럼프 대통령은 2일(현지시간)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10% 보편관세와 한국을 포함한 일부 국에 부과하는 상호관세를 발표했다. 그는 한국의 대(對)미 관세율이 50%라며, 한국에 대한 상호 관세율을 26%로 책정했다.

통상전문가들은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이 세계경제를 침체에 빠뜨리고, 국내외 우리 수출기업의 타격이 클 것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 경제학계에선 최악의 경우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0%대로 떨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여타 경쟁국과 비교해 관세율에 큰 차이가 없고, 반도체·자동차 등 우리 주력 수출 품목에 이중관세가 부과되지 않은 점에 주목했다.

문종철 산업연구원 통상전략실 연구위원은 “일본(24%)과 유럽연합(20%)보다 한국의 관세율이 높은 부분에 대한 우려가 있지만, 우리에게 특별히 불리하게 작용하진 않을 것 같다”며 “우리나라와 일본, 유럽연합(EU)이 미국 시장에서 직접적으로 경쟁하는 품목이 자동차인데 자동차에 대해선 똑같이 25% 관세가 적용된다”고 분석했다.

구기보 숭실대 글로벌통상학과 교수도 “이중관세가 부과되지 않은 것은 불행 중 다행”이라며 “기존 품목별로 부과된 자동차·철강 쪽에 추가 관세를 부과하지 않아 다행이고, 반도체가 남았지만 상호관세에서 제외된 것을 보니 품목 관세로 부과될 듯하다”고 평가했다.

베트남(46%), 중국(34%), 대만(32%) 등 다른 경쟁국과 비교우위도 언급됐다. 조성대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 통상연구실장은 “품목이나 기업별로 경쟁 관계가 다르긴 하지만, 중국이나 대만보다 우리나라 관세율이 한참 낮기에 경쟁국과 경쟁 관계에서 일부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짚었다.

대미 수출이 늘어날 여지가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구기보 교수는 “미국 시장에서 한국산 반도체를 대체하긴 쉽지 않기 때문에 어느 정도 관세를 상쇄할 수 있을 것”이라며 “미국이 중국에 엄청난 관세를 부과했기에 오히려 미국시장에서 중국산을 넘어서 수 있다는 기대도 있다”고 말했다.

특히 전문가들은 상호관세라는 불확실성이 걷혔다는 부분을 강조했다. 이제 구체적인 대안을 마련할 시점이 왔다는 것이다. 조성대 실장은 “그간 언제 어떻게 상호관세가 부과되는지에 대한 고민이 굉장히 많아 기업들이 여러 가지 경영상 의사결정을 미뤄온 부분이 있었다”며 “이제 상호관세의 실체가 나왔으니 기업은 투자 전략을 세우고, 정부는 대미 협상 전략과 기업을 위한 재정 지원을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협상 여지는 충분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트럼프 대통령도 관세 부과 이후 국가별 협상을 한다고 했기에 우리 정부는 우리가 대미 흑자를 줄이고 투자를 많이 할 것이며, 한국이 미국의 핵심 공급망 국가라는 점을 설명하면 된다”고 했다. 이주형 서울시립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금부터가 핵심”이라며 “26% 관세를 끝까지 가져가진 않을 것이다. 품목별 예외를 줄 것인데, 그 협상을 본격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탄핵 정국으로 인한 정상 부재는 협상에 큰 걸림돌이 아니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구기보 교수는 “세계 각국 정상이 미국을 상대로 정상회담을 해도 관세를 피하지 못했다”며 “정상이 있고 없고가 실질적으로 관세 낮추는 데 효과가 없어보인다”고 했다.

다만 초기부터 적극적인 협상을 펼치기보단 당분간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는 제언이 따랐다. 문종철 연구위원은 “미국과 협상에 나선 나라가 어떤 취급을 받는지 봐야 정확한 대비를 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선제 대응에 쫓겨 우리가 일방적으로 끌려가는 상황이 되는 것보다 현명한 방법”이라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