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54%·베트남 46%…생산기지 덮친 美 관세 "공급망 재편 비상"

경제

뉴스1,

2025년 4월 03일, 오후 04:39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과 베트남 등 한국기업들의 주요 생산 거점에 높은 상호관세를 부과함에 따라 공급망 재편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삼성전자(005930)와 LG전자(066570), 효성, LS전선 등이 이들 지역에 생산 공장을 운영하며 전 세계로 제품을 수출하고 있다. 저렴한 인건비를 활용해 제품 가격 경쟁력을 확보해 왔지만 '관세 폭탄'에 이런 장점이 하루아침에 사라지게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2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각국이 미국산 제품에 매기는 관세를 비롯해 각종 비관세장벽까지 감안한 '상호관세'를 통해 모든 무역 상대국에 부과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한국(26%)은 물론 중국(34%, 기존 관세율 20% 합산 시 54%), 베트남(46%), 태국(37%), 인도(27%) 등 세계의 공장 역할을 하는 국가들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면서 기업들은 비상이 걸렸다.

베트남, 삼성 스마트폰 최대 생산기지…관세 직격탄

특히 46%의 관세율이 책정된 베트남에는 많은 국내 기업이 생산공장을 두고 있어 우려가 크다. 삼성전자는 베트남 박닌성과 하이응우옌 공장에서 전 세계에 판매되는 스마트폰 물량의 50% 이상을 만든다. 미국향 스마트폰 물량 역시 베트남 공장에서 생산되는 비중이 가장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고율의 관세를 회피하기 위해 브라질(10%) 등 관세가 낮은 국가로 생산 물량을 이전하더라도 한계가 있고, 생산 물량 이전을 위한 비용과 시간도 소요된다. 상호관세는 오는 9일부터 발효가 예고돼 있어 삼성전자는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이다.

삼성전자 스마트폰에 디스플레이와 카메라 모듈을 각각 공급하는 삼성디스플레이와 삼성전기(009150)도 베트남에 대규모 공장을 두고 있다. 이들 부품사는 미국에 직접 수출하는 물량은 없기 때문에 상호관세에 직접 영향은 받지 않지만, 고객사가 관세 인상에 대응해 제품 가격을 올리면 판매단가 인하 압력을 받을 수 있다. 고객사의 판매 부진은 곧 매출 하락으로 이어진다.

애플 의존도 높은 LG 계열사, 소재 중심 효성 관세 영향권
LG전자(066570)도 베트남 하이퐁 공장에서 TV와 가전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미국 수출 물량은 관세가 면제된 멕시코 공장의 생산 비중이 가장 높지만, 베트남 공장 역시 국내 창원 공장과 마찬가지로 미국향 제품 상당량을 생산해 관세 영향을 받는다.

LG의 부품 계열사인 LG디스플레이(034220)와 LG이노텍(011070)도 상호관세에 긴장하고 있다. LG이노텍은 매출의 80% 이상이 카메라 모듈에서 발생하는데, 해당 물량 대부분은 미국 애플에 공급한다. 애플은 최대 거점인 중국을 비롯해, 인도와 베트남 등에서 주요 제품을 생산하고 있어 이번 상호관세로 큰 피해가 예상된다. LG디스플레이 역시 모바일용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패널 매출을 애플에 의존하고 있다.

효성(004800)과 HS효성그룹도 베트남에 생산기지를 두고 있다. 지난 2022년 기준 효성의 베트남 누적 투자액은 총 39억 달러에 달한다. 현재 효성화학(298000), 효성티앤씨(298020), 효성중공업(298040), HS효성첨단소재 등 주력 계열사가 현지에 공장을 두고 있다.

미국에 직접 수출하는 물량은 많지 않아 직접적인 관세 영향권에서는 벗어나 있다. 다만 고객사들이 관세 부담을 해소하기 위해 납품가격 인하를 요구할 수 있고, 고객사가 미국 수출 부진으로 주문량을 축소한다면 매출 하락으로 이어지게 된다.

주요 부품사들은 상호관세에 대응하는 고객사들과 긴밀하게 소통하면서 피해 최소화를 위해 노력한다는 방침이다.

LS전선, 삼성SDI 등 미국 현지 생산 확대 박차

배터리 업계에서는 삼성SDI(006400)가 베트남과 말레이시아에 공장을 두고 있다. 삼성SDI는 최근 미국 현지 공장 가동을 시작하고 시장 대응에 돌입한 만큼 중장기적으로 관세 영향을 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12월 스텔란티스와 합작한 인디애나주 1공장이 가동을 시작했고, 이어 스텔란티스 합작 2공장과 GM과 합작한 생산 시설도 2027년 가동을 목표로 준비하고 있다.

LS전선, LS일렉트릭(010120) 등 LS 계열사들도 전력 인프라 수요 확대에 발맞춰 현지화에 속도를 낸다. LS전선은 베트남 생산법인의 수출 제품은 시장 상황에 맞춰 가격 인상 등을 통해 유연하게 대응하고, 중장기적으로 미국 현지화 전략을 강화한다. 현재 미국에서 가동 중인 LSCUS 공장과 더불어 이달 말에는 미국 버지니아주에 해저케이블 공장을 착공한다.

LS일렉트릭은 베트남 박닌성 공장의 전력기기 물량 대부분을 동남아 시장에 공급하고, 일부 물량을 미국에 수출한다. '배전반'(배터리·전기차·반도체) 제품의 경우 현재도 상당 부분 미국에서 OEM 생산을 하고 있어 관세에 영향은 없다는 입장이다.

jupy@news1.kr